“전통적인 남성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 델타 월딩 글에서 또 많은 자극을 받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계속 정독하고 있습니다. 젠더 갈등을 둘러싼 논의, 페미니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학계 그리고 현실에서의 논의를 조금 더 자주 다루어주세요!”  

 

“어떤 시사 이슈에 대해 제 나름의 의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서만큼은 정말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틀에 걸쳐 피력해주신 주장을 보니 저의 태도는 무지해서, 지식이 부족해서였음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짱이었어요!” 

 

“현재 첨예하게 논의되고 있는 담론에 대해 읽기 쉽게 요약되어 있어서 보기가 편했습니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 이러한 논의가 금기시 되고 있고, 커뮤니티에서는 편향된 시선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레터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객관적으로 시사하고자 했다는 점이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꾸준히 시리즈물로 나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학생인 딸, 아들에게 설명하기에 적합한 듯 하여 고맙습니다. 사실 저희 세대(72년생)는 페미니즘이 무언지 정의하기보다는 직장에서의 교육과 사례로 여성차별이나 혐오가 무척 위험한 걸 본능적으로 느끼지만 정의조차도 모릅니다. 언제나 사회에 갈등이 있어왔지만 이런 유형의 갈등은 딸과 아들을 키우고 지도함에 있어 참 난감하지만 또한 유용해서, 미래의 한국사회는 이 부분만큼은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것은 성평등에 가닿기 위한 여성주의적 방법론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이전 시대까지를 풍미하던 마초이즘과 다를 바 없는 성편향적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타(남성) 젠더의 입장에서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건 자신과 여성 젠더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입니다. 여러 젠더 정체성 사이에서 서로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은 지구의 표면만큼 넓죠. 안티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인물들 중에서 정작 성공적으로 남성 젠더 정체성을 구축한 자는 없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부성이나 형제애처럼 부분이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남성성"을 파기하는 데에 이르렀죠. 넷플릭스 드라마 "DP"와 뉴스레터에서 언급한 "설거지론"이 각각 남성 젠더 그 자신이 기존 "남성성"을 파기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견고한 젠더 정체성은 타 젠더의 부정형이 아닌 타 젠더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제 젠더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페미니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퓨리서치 관련해서 여러 해석을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가족vs돈이라는 대립구도가 더 이상해 보였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지난 20여 년의 결혼 생활동안 제 남편을 포함한 시댁과 가장 갈등한 지점이 '우리 가족만 잘되면 능사'라는 사고 방식과 '나를 포함한 사회 전체를 고려해야 해'라는 사고 방식의 대립이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가족vs 돈이라는 대립항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을 잘 지키기 위해 돈이 중요해, 그런데 그것이 가족 단위로만 가능해'라는 사고 방식이 만연해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식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더라구요.”  

퍼즐을 풀고 싶었습니다. 

  

  여러 지표들을 확인하면 20대 남여는 그 어느 세대보다 성평등지수가 높습니다.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탱해 온 온정적 가부장주의에서도 가장 멀리 있는 세대죠. 하지만 20대 여성과 20대 남성의 일부가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원인을 알고 싶었습니다. 

 

  한편, 뜨뜻미지근한 현실과 달리 온라인에서만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현상에도 물음이 던져집니다. 사실 델타 월딩도 어떤 입장을 요구 받곤 합니다. <차이니즈 갬블링> 특집 때였죠. 마작패를 잡는 손을 그린 적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문의 편지가 오기도 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 GS 사태가 벌어진 탓입니다. 

  

  델타 월딩이 만들어진 취지가 양 극단에서 벗어나 건강한 담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함인데도, 저마다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법입니다. 애당초 혼탁해진 환경 안에선 의심과 불신만 쌓여 갑니다. 

  

  우선, 페미니즘 패러다임이 여러 갈래이며, 플레이어도 단일하고 고정된 실체가 아님을 보여 드렸습니다. 대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자는 겁니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그 안에서도 다양한 사상적 쟁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교나 정치처럼 페미니즘 안에도 정규분포 끝단에 위치한 조직이나 운동 전략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는 과잉대표된 이들 간에 섀도우 복싱을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한편, 온라인에서의 공방전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증폭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대・대학생이 갈등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하며,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극단적 페미니즘에 매몰된 채 이뤄지는 ‘진짜・가짜 페미니즘’과 같은 쳇바퀴 논쟁에서는 이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갈등 관리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대화하고 토론 및 협상할 수 있는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힘써야 할 겁니다. 

 

  또한, 여성이든 남성이든 처해 있는 위치에 따라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서로의 약자성에 공감하며 존재하는 성차별과 불평등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둘째, IMF 이후 가부장적 질서가 급격히 붕괴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결혼이라는 재생산 구조에서 빠르게 이탈한 반면 일부 남성들은 여전히 그 세계 안에서 혼란에 빠져 있다는 걸 보여 드렸습니다. 

 

  결혼을 할 때 남성이 집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과거보다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이러한 딜레마에 처해 있는 청년남성들이 있습니다. 한편, 군 복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온정적 가부장제 덕분이었지만 지금의 청년세대에서는 유효성을 상실했습니다. 그러나 ‘남자가 말이야’로 퉁 쳐지는 기성세대의 압력 때문에 공론장에서 적절히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청소년・가족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2011년에 시행된 ‘게임셧다운제’ 등의 정책이 당시 10대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부・여성단체・페미니즘=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직’으로 인식되는 데에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산층 부모의 자녀 길들이기 욕망에서 비롯된 정책이 젠더 불신만 불러일으키곤 2021년에 결국 폐지됐는데요. 

  즉, 정책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비정규직 일자리의 안정화, 주거 패러다임 전환, 육아의 공적 돌봄 체계 도입, 남성의 육아휴직 보편화 등의 토대를 마련해 가야할 것입니다.  

  

  특히 갈등 관리 거버넌스라는 측면에서 직장에서 발발하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메세지도 있었습니다. 산업구조가 전환됨에 따라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고 이전에 있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관계망과 갈등 양상이 더욱 복잡해져만 가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묻지 않았던 부분에까지 질문이 던져지는 거죠. 

 

  이를 테면 청년남성들이 주장하는 역차별을 남성은 차별받지 않는다고 억눌러서만은 안 될 겁니다.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축적된 제도적 부조리가 균열을 내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 들이고 개선 방안을 찾아내야 할 텐데요. 이러한 부조리는 청년세대 남여 공통의 문제기도 합니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책 <쌀, 재난, 국가>를 통해 발전국가 시절 만들어진 연공제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또한, 여성들이 제기하는 동일노동・동일임금에의 주장이 허구가 아니라는 것도 우리사회는 받아 들여야 합니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 같은 학점에 경력단절 이전이라도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17% 가량 낮다’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본 저널을 작성한 김창환 교수의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한편, 페미니즘 담론도 보다 세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페미니즘 논쟁은 문화 담론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은 데요. 문화 담론도 상당히 중요한 축입니다만, 지나친 과열로 인해 성차별과 불평등이 연령・직종・지역・계층・가구 형태 등에 따라 상이하게 발현된다는 사실이 간과되곤 합니다다. 

 

  이 경험하는 성차별과 불평등 양상과 강도, 밀도 등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실제로 중심부(대기업・정규직) 노동시장은 상당히 큰 젠더 임금 격차와 승진 차별이 주요 이슈라면, 주변부(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시장은 젠더 임금 격차는 적지만 임금 체계 자체가 상당히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주변부 노동시장은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기 때문에 여성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높이는 주 요인이 됩니다. 게다가 주변부 노동시장일수록 휴게 공간 등 근로환경이 상당히 열악한 경우가 다수입니다만, 중심부 노동시장에 포함된 여성일수록 이를 공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노동시장 특성에 따른 맞춤형 의제 형성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김영미 교수의 저널을 추천합니다. 

 

  통근 시간도 주요 변수가 됩니다. 이 문제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데요. 통근 시간이 만들어내는 노동시장과 도시공간의 이중 구조화와 계층화에 대한 연구는 최성수・주익현의 저널과 최석현・이병호의 저널을 추천합니다.

  

  이렇듯 페미니즘을 비롯해 성차별, 불평등 관련 주제로 나눌 수 있는 의제가 상당히 많습니다만,

  

• 벨 훅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 미키 캔들 <모든 여성은 같은 투쟁을 하지 않는다> 
•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 전혜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김내훈 <프로보커터> 
• 박권일 <한국의 능력주의>
• 엄기호 <단속사회> 

 

  한때 전동 킥보드가 유행이었습니다. 청년세대 사이에서는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에 매료되어 적극적으로 애용한 것과 달리 기성세대에서는 그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빗발쳤습니다. 주차 문제도 단골 화두였죠. 

 

  어느 밤, 운동을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제 옆으로 20대 초반의 연인이 ‘하나의’ 전동 킥보드를 함께 탄 채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 기능 덕분에 바로 한 걸음 옆에 있는 데도 그들의 목소리는 이역만리 우주 저 너머에서 메아리치는 것 마냥,

  그래서일까요? 한쪽 머리로는 ‘전동 킥보드를 둘이서 함께 타고 가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다른 머리에서는, 

  

  

  그렇게 혼자서 답도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사이 신호가 바뀌었고, 그들은 역시나 둘이서 하나의 전동 킥보드를 타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한때는 성장이 초압축이었지만 지금은 성장은 더딘 반면, 연결이 초압축적입니다. 정말로 그들이 이 모든 걸 안다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문득 청춘은 칼을 손에 들지 않은 살인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럼 이번 한 주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저희는 다음 주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더 많은 피드백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지 이곳에 남겨 주세요! 글로벌 MZ와 젠더 관련해 더 깊고 풍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유용한 책이나 콘텐츠 추천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