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밀요원님! 🧠별샛별입니다. 

  이번 주는 글로벌 MZ 특집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글로벌 MZ 를 말하기 위해선 한국적 MZ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 젠더와 세대, 계층 등이 모두 교차하는 담론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 글쓰기가 가능한지 회의감이 들었다는 점 등으로 인해 목요일 Deep Dive 비밀작전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선보였습니다. 

  어제에 이어 2탄입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3.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진짜 페미 

4. 표준인생 시대는 끝났다 

Q3-1. 어제 미러링과 워마드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지만 '초기의 전략적 유용성은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무슨 의미인가? 

A3-1. 말 그대로 초기 유용성이다. 

  메르스 사태 때 DC 메르스 갤러리에서 메갈리아가 만들어지던 2015년을 떠올려 보면, ‘된장녀’, ‘김치녀’, ’맘충’, ‘김여사’ 등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언론에서조차 공공연하게 사용될 정도로 심각했다. 

  그래서 혐오를 혐오로 맞받아친다는 전략은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을 각성케 한다는 점에서 꽤 힙했다. 세를 결집하고, 메세지를 널리 확산시키는 데 있어서도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굴뚝 청소부의 역설'이 있다. 두 사람이 굴뚝을 청소하고 내려 왔더니 얼굴이 검게 그을린 사람이 아니라 아무 것도 묻지 않은 사람이 세수를 한다는 것으로, 미러링이 목표했던 타겟보다 주변적 남성 및 여성들에게 타격감이 더 커져 버렸다. 

  그런 맥락에서 초기엔 유용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효능이 떨어졌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Q3-2. 결국 그들은 진짜 페미니스트가 아니며, 페미니즘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 

A3-2. 정권이 실패했다고 정치체제와 국가가 붕괴하는 것이 아니듯, 

  전략적 실패를 페미니즘 집단 전체로 환원해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 수단과 대상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논쟁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감을 얻지 못한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페미니즘 역시 갈래가 다양하고, 정의나 지향점, 운동방식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완벽한 이론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에 당연히 모순도 있으며, 찬반 토론과 성찰을 통해 진일보 한다. 

  이론적인 얘기를 해보겠다. 2015년 메갈리아가 만들어진 사건을 학계는 ‘2015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명명하는데 메갈리아는 이후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뉘었다. 

양자를 구분하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은 여성도 위계 구조에 따라 다른 약자・소수자를 억압할 수 있다는 점, 즉 여성 간에도 차이와 이질성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 다중 정체성이 만들어내는 특수한 형태의 불평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할 것을 주장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벨 훅스(Bell Hooks)와 킴베를레 크렌쇼(Kimberlé Crenshaw) 등이 있다.

  흑인 페미니스트였던 이들은 백인 여성 위주의 페미니즘과 남성 위주의 흑인 해방운동 안에서 흑인 여성이 주변화되는 ‘소외’를 경험하며 모든 여성이 단결해 가부장제와 싸우는, 즉 자매애만을 토대로 한 정치 유토피아가 절대 출연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따라서 학력 수준이나 계급, 일자리, 인종 등 ‘구체적 기반’을 토대로 하는 페미니즘 교육과 운동, 정치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연대의 규모가 폭넓어 짐에 따라 ‘여성정치’로서의 구심력이 약화되고 속도가 더뎌진다는 한계가 있다. 

  분리주의 페미니즘은 바로 그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한다. ‘성불평등한 구조의 본질적 전환'을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 내린다.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비관적 세계관을 전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주류 문화에 거세게 균열을 내기 위해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는 차이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선택한다. 남성들의 브로맨스처럼 여성들의 끈끈한 자매애도 거칠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확실히 큰 힘이 되어 준다. 

  잠시 엇길로 새서, 한국에서 혼인율이 급감하고 이혼율이 급증한 게 언제인지 아나? 

Q3-3. 글쎄. 잘 모르겠다. 

A3-3. IMF가 발발한 ’97년도다. 

Q3-4. 2007~11년에 걸쳐 결혼이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A3-4. 2000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놓여진 이중의 억압 구조 때문이다. 

  IMF 발발 후, 남여를 불문하고 직장을 잃었다. 그런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빠르게 고용시장에서 퇴출 당했고, 여성이 다시 복귀할 때는 이전 직장보다 몇 단계 다운 그레이드 된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 비정규직은 대우가 더 나쁜 비정규직이나 파트 타임 이런 식이다. 

  한편, 일-가정 양립이라는 미명 하에 육아와 살림 등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었다. 지금은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당시는 시대적 분위기로서든, 제도로서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철저히 여성 개인이나 가족 등 사적 영역으로 남겨졌다. 

  이런 구조 하에서 살아 남으려면 모든 문제를 개인 능력과 노력으로 해결하거나 극복해야만 하는 (나)주식회사가 너무 당연시됐는데, 일과 가정을 모두 혼자서 책임질 수 없다고 판단한 여성들이 결혼이라는 재생산 구조에서 빠르게 이탈해 버린 것이다.

  이런 질문. 신입 때 선지영 차장과 마부장을 보며 일 했던 <미생>의 안영이*가 과연 결혼을 삶의 선택지로 놓을 수 있었을까? 

  워마드 활동과 미러링 활동에 대해 청년여성・남성보다 기성여성・남성의 지지율이 더 높았던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기성여성은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고 기성남성은 뒤늦은 반성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 하위 문화에 깊숙이 노출되어 있지 않고, 띄엄띄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기에 청년세대의 체감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Q3-6. 부분집합과 전체집합을 구분하라는 건 잘 알겠다. 그러나 교통정리는 필요한 게 아닌가? 여성계는 왜 논쟁도, 내부성찰도 하지 않는가? 결국 한통속 아닌가? 

A3-6. 질문의 전제가 잘못됐다. ‘단일한’ 여성계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 비밀작전에서 20대 남성을 단일한 군집으로 바라볼 때의 위험성을 말했는데, 여성과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와 노동단체, 학계, 그리고 일반 노동자가 제 각각이듯 여성가족부, 여성단체, 디지털 액티비스트, 학계, 여성 등등의 위치, 입장, 관점이 다 다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개신교나 불교도 종파가 여럿이다. 정치 정당도 계파가 다양하다. 이들은 때론 협력적이지만 때론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빚으며 분당 사태가 연출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동성은 모든 조직의 기본 생리다. 그런데 왜 여성계는 ‘고정된 하나의 실체'이길 바라는가? 대상을 납작하게 바라봐선 안 된다. 

  한편, 왜 논쟁도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앞서 페미니즘 패러다임을 정리하며 이효민, 김보명, 윤지영 세 교수의 저널을 소개했다. 이들은 각각 분리주의(TERF)에 대해 비판적, 중재적,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상당히 많은 수의 학자들이 저마다의 관점과 세부 주제로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다. 모든 학계가 그렇듯 이 안에서도 치열한 사상적 쟁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입체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디지털 액티비스트도 마찬가지다. 권김현영이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해제를 위해 작성한 글에서 디지털 액티비스트의 현황을 엿볼 수 있다. 

한 이십대 페미니스트는 그 전세대처럼 자신들의 운동도 ‘망함’으로 남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 전 세대들은 상업자본의 침투와 신자유주의로 인해서 망했다면, 자신들은 ‘꿘충’ 혹은 ‘워마드’라며 서로 갈등하고 결국 소통하지 못하고 연대하지 못해서 망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내용의 발표였다. 

- 권김현영 ,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中

Q3-7.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와닿지 않는다. 나는 ‘극단적 페미니즘’ 외에 다른 페미니즘을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A3-7.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경험은 구체적이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다”  

  어제 비밀작전에서 적대적 차별・반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청년남성이 페미니즘을 접하는 경로가 신문・TV 방송(54.4%), 온라인 커뮤니티(42.1%)라고 설명했다. 

  청년남성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또 다른 보고서(2020)에 따르면 페미니즘 지식을 습득하는 경로가 인터넷이 34.2%인 반면, 서적이나 논문 등은 14.0%에 불과하다. 게다가 40.4%는 지식 습득 활동에의 경험이 아예 없다. 

  이와 달리 청년여성은 97.9%가 지식 습득을 위해 활동한다. 그러나 수치가 높다고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하긴 곤란하다. 서적・논문 읽기는 29.0%, 교과목 수강 7.1%, 페미니즘 특강 수강은 6.1%에 불과하며 51.9%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습득한다. 

  본디 2015 페미니즘 리부트는 학계의 체계적인 학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구심점이 될 만한 거대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온라인 공간의 맥락과 서사를 타고, 아래에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됐다. 일종의 게릴라 조직을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때때로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이 퍼날라지며 하나의 관념이 되고 그를 바탕으로 안티 테제로서의 관념이 재생성되는 역사를 반복해 오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자료가 언제나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서의 ‘대체적인’ 논쟁이 남녀 공히, 엄밀한 미션이나 비전, 전략 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파편화된 정보와 인식으로 대상을 판단하고 결론 내리고 급기야 전쟁으로 치달은 게 지난 몇 년이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조회수가 절실한 그들로서는 이슈 거리를 기사회하고, 이슈 거리는 대체적으로 극단적이고 휘발적인 가십이다. 우리는 그러한 보도를 바탕으로 사건을 접하고, 인식하고, 판단한다. 

  즉, 현재 페미니즘 관련 담론은 상당히 비균질적이고 편향적인 환경 안에서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니라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비유하자면 각자 제 눈에 보이는 코끼리의 코, 귀, 다리, 꼬리 등을 두고 이게 진짜 코끼리야, 라고 다투는 꼴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지고 나눠야 할 질문은 ‘왜 페미니즘은 극단적인가?’가 아니라 왜 내게는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정보만 도달하는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Q3-8. 결국 극단적인 정보만 습득하는 내 탓이라는 건가? 어쨌든 극단적인 주장을 하거나 표현을 하는 여성들이 전체는 아닐지라도 존재하기에, 그들을 비판하는 게 우선 아닌가?  

A3-8. 선택의 문제다. 

  나는 ‘작은 부분’에 함몰하기보다 눈을 더 높이, 더 멀리 들어 더 많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이나 지형을 입체적으로 바라 보고, 정보를 습득하는 경로도 되짚어 봤으면 좋겠다. 

  한편 코로나19가 2020년 이후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도 함께 고찰할 필요가 있다. 

  어제 소개한 얼룩소 글에 재미있는 자료가 하나 있다. 바로 2019년과 달리 2021년에

• 20대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증가했고,
• 20대 남성은 ‘반페미니스트’가 증가했다. 

  왜 그럴까? 

  서울연구원에서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20대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했다. 

  20대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남여 갈등’을 가장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이 대립할 때’ 체감한다. 그리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에서 입장을 정하고 싶을 때 유튜브, SNS 등에 의존하는 비율이 타 연령에 비해 높다. 

  한편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의 갈등이 더 심각해졌다고 답한 비율이 20대는 무려 87.0%로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다. 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과의 갈등이 증가했다는 답변에 직업 군 중에서 학생 38.1%, 연령 군에서는 20대가 34.4%로 가장 높았다. 

  즉, 코로나19는 실제 존재하는 ‘남여 갈등’을 온라인 공간 안에서 큰 폭으로 증폭시켰고, 이 과정에서 20대 여성은 페미니즘, 20대 남성은 반페미니즘으로 편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 정책의 언어로 말하자면, 20대의 코로나 블루를 해결하고 갈등 국면을 조정하기 위해 

•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 조성 
• 대화, 토론, 협상 등의 소통 문화 정착 
•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기구 설립 

  등 갈등 관리 거버넌스 구축이지 않을까? 

Q3-9.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오염되어 있다. 더 직관적으로 와닿게 ‘성평등주의'로 바꿔 부르면 되지 않나? 

A3-9.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런 문장이 있다. 

•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달콤한 향기가 난다’

  중요한 건 메세지다. 청년여성과 청년남성 모두 청년약자로서 우리사회는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안티페미니즘의 본질적 문제는 안티 테제로서만 존재하고 기능할 뿐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상의 한계나 모순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도 유용한 일이지만, 지속가능한 내 삶을 창출하고 사회와 공생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익적 비전을 담은 미션과 실천 과제가 있어야 하며, 남여 공히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다. 

• 계층 및 세대 간 불평등과 재분배
• 전통적 젠더 질서 붕괴 
• 온라인 공간의 배타적 경계 짓기 문화와 확산력(진영논리, 밈화된 혐오 놀이, 확증편향 등) 

  즉,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보다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