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이 시국에 카타르와 사우디를 간다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비밀요원님, 안녕하세요. 🧠별샛별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80~98년생의 델타 월딩 여성 비밀요원 넷이 서울역에서 출발해 후암동, 회현, 충무로를 거쳐 종묘까지 걷는 도심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이름 하여 ‘메트로폴리스’, 한국 최초의 아파트인 미쿠니 아파트(1930)를 비롯해 196~70년대에 지어진 15개 남짓의 아파트와 맨션들을 찾아 떠나는 건데요.

  경로 특성 상 이른 점심을 남산돈까스에서 먹었습니다. 네! 드라마 <무빙>의 영향입니다. 마침 TV에서 대통령의 카타르・사우디 순방에 관한 보도가 나옵니다. 그리고 델타 월딩 아니랄까봐, 자연스레 이어지는 중동 정세에 관한 대화들!

2023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시작된 중동 특별작전입니다. 총 다섯 편의 기획 중 오늘은 네 번째 시간으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비현실적인 이유 세 가지를 설명할 텐데요.

  1편에서 델타 월딩은 중동을 걸프만~아라비아해와 지중해 생활권 즉, 지리로 구분해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으로도 20세기 이후 중동과 주어진 과제를 다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번은 시차는 있을 지언정, 식민 경험이 있는 모든 국가의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인 만큼 외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정치・경제적으로 앞서 있던 두 국가, 미국과 소련 중 어디와 더 가깝게 지낼 것인지 혹은 비동맹 노선을 취할 것인지를 두고 저마다 각기 다른 선택을 내립니다.

  이런 과정에서 형성된 냉전은 1989~91년을 거치며 종식됐습니다. 소련이 내세우던 공산주의가 미국의 시장자본주의를 이기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어떤 전쟁’이든 일방적 승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복수도 무릇 제 무덤을 파고 하는 법이듯, 40년 가량 지속된 냉전체제는 세계 곳곳에 균열과 파열음을 만들어 냅니다.

  이란의 독특성은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를 ‘종교’가 만들어 놓은 규칙으로 해결하려는데 있었습니다.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는 자원의 분배를 정당들이 경쟁하고,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 즉 ‘정치’의 이름으로 풀어나가지만 이란은 이 모든 것 위에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놓아 버렸습니다.

  문제는, 어떤 종교와 가치・신념이든 세속주의와 근본주의는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이란의 이같은 변화는 특히 각 국가의 통치 수반들을 가장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칫 정권이 교체될 수도 있으니까요. 때문에 국가마다 시차와 양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1979년 이후 중동은 종교와 정치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에 이 모든 걸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가 등장합니다.

  바로 2014~7년에 창궐한 ISIS입니다. ISIL이라고도 하는데요. 뜻이 뭐냐면 ‘이라크(Iraq)와 레반트(the Levant) 지역의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입니다. 이란 땅에 이슬람 공화국이 만들어졌듯 ‘이라크+레반트 지역’에 이슬람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거죠. 그리고 레반트 지역은 1편을 읽었다면 이미 잘 알겠지만 시리아에서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땅입니다.

  ISIS는 본디 90년대 말에 만들어진 일개 군벌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파죽지세로 성장합니다.

  아랍의 봄은 개인주의와 민주화를 열망하는 청년세대와 시민사회의 거대한 움직임이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정권 교체에 완전히 성공한 국가는 튀니지 말곤 없었습니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빠져 들었고, 이집트에선 쿠데타가 발발했습니다.

  이런 극심한 혼란기를 틈타 일부 외로운 청년들이 극단적 폭력주의 단체 ISIS 깃발 아래에 모여듭니다. ISIS가 SNS를 통해 고립된 청년들을 공략한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던 고등학생이 ISIS에 합류한 사건이 있었죠.

  ISIS가 이라크를 거점으로 삼은 건 이라크의 정부 기능이 ‘가장 허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 기능이 허약한 것일 뿐, 정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라크 정부 vs. ISIS 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주변국도 ISIS 격퇴를 위해 참전하는데요. 이란도 이라크의 편에 서서 참여합니다. 국경이 맞닿아 있는 만큼 이라크의 국내적 혼란은 이란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관점으로 중동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ISIS 격퇴라는 공통의 역사가 중동국가들의 정서를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중동에서 가장 크게 대립하는 국가로 이란-사우디, 사우디-이스라엘, 이스라엘-이란을 들 수 있는데요. ISIS가 가장 크게 휩쓸고 간 지역은 시리아와 이라크입니다만 그 영향에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당시 발생한 난민은 현재에도 중동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한 경제적 이슈도 맞물립니다.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떼려 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런 점이 매력이었지만) 당신들은 당신들의 일이라며 별 관심을 쏟지 않습니다.

  안보적 위협은 증강하는데 반해 누구에게도 의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기를 사는데 돈도 많이 듭니다. 때문에 중동의 안보질서는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중동의 핵심국가들이 그 역할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문제는, 팔레스타인입니다. 온전한 독립국가도 아니고, 시리아나 이라크 내에 있는 쿠르드족처럼 자치령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국제사회는 이곳의 안정을 위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체제를 권장하지만 지난 비밀작전에서 설명했듯,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post-팔레스타인을 두고 의견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즉,

• “강에서 바다까지” 이스라엘을 몰아내고 오직 팔레스타인만을 위한 국가를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분열은 신구 세대 간 분열이면서 동시에 청년세대 내 분열이기도 하며 또한 서안과 가자 중 어디에 사느냐, 경제 수준은 어떻게 되느냐 등으로도 모두 연결됩니다.

  하마스가 “지금 시점, 이같은 방식”으로 기습 공격을 감행한 이유도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폭넓고 대중적인 지지를 얻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인기가 떨어지고 고립되어 있습니다. 하마스는,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하고 리더십 장악을 위해 이같은 사회적 분열을 이용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비현실적인 이유 세 가지를 설명하겠다고선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80% 이상이 설명됐습니다.

  ①전선이 확장되는 걸 모든 국가가 부담스러워합니다.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도 않으며,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도 책임지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난민을 책임지지 않겠다! 서글프지만 이것이 중동국가들의 공통된 정서입니다.

  또 한 가지는, 만약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이는 허허벌판에서 포탄을 쏘는 게 아니라 도심 내에서 시가전을 치르게 됩니다. 가자 지구의 인구밀도가 4,500명인데요. 면적이 한국의 세종특별자치시와 비슷합니다. 세종의 인구밀도는 2488명으로

  민간인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합니다. 시작은 하마스였을 지언정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②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과 책임은 이스라엘이 더 많이 집니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게 되죠.

  마지막 한 가지는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하마스를 박멸해도 문제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그래서 ③어떤 팔레스타인을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 2국가 체제 42.9%
• 이스라엘 병합 1국가 체제 28.6%
• 3국가 체제 14.3%
• 모르겠음 14.3%

델타 월딩이 던지고픈 질문은 이겁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며 연일 으름장을 놓습니다만 위에서 보았듯 이스라엘이 도심전에서 승리하리라는 보장이 희박합니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책임, 무엇보다 post-팔레스타인을 구상하는 문제만으로도 골치가 아픕니다.

  케네스 M.폴락이라는 중동 전문가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네타냐후는 그렇게 위험한 도박을 시작할 만큼 망상에 빠져 있는 것 같지 않다”라고 평가합니다. 언론 기사를 보면 중동에서 당장에라도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것 같지만, 지엽적 소모전은 벌어질 지언정 더 큰 전쟁으로 폭발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마스가 “지금 시점, 이같은 방식”의 공격을 선택한 진짜 이유는 전문가들도 추측만 하듯이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 메세지를 강조하는 것도 역시 추측만 할 뿐입니다만 델타 월딩은,

역시 인구입니다.

  이스라엘은 경상도만한 크기의 땅덩이에 936만 명이 모여 삽니다. 그러나 국토의 특히 남쪽의 많은 부분은 사막 지대라 사람이 살기 어렵습니다. 결국 북부 도심에 모여 살 수밖에 없고 주택 부족은 고질적 병폐입니다. 때문에 서안 지구에 정착촌을 짓기 시작하고 팔레스타인 아랍인들과 갈등을 빚습니다.

  이와 달리 가자 지구는 높은 장벽을 지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합니다만, 두 가지입니다. 저 땅을 이스라엘이 가질 수 이다면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지난 비밀작전에서도 설명했듯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가 10년 사이에 100만 명, 26% 가량 증가해 현재 480만 명 가량 됩니다. 특히 가자 지구가 팔레스타인의 인구 성장을 주도하며 청년실업률도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그동안 하마스와는 로켓 공격을 하면 통행권 발행을 증가시켜주는 방식으로 적대적 공생을 해왔습니다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만은 없습니다.

  과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대인이 중동으로 빠른 속도로 모여드는데 공포를 느꼈다면 이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빠른 속도로 인구가 늘어나는데에 두려움을 갖습니다.

  1국가 체제 - 즉, 이스라엘이라는 이름 하에 유대인과 아랍인들 간의 연방제 국가를 구성하는데 이스라엘이 주저하는 이유도 아랍인들의 인구 증가 속도 때문입니다. 꼭 팔레스타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이스라엘 내에 거주하는 아랍인들도 20% 가량 되는데요. 역시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합니다.

  여담이지만 이스라엘의 인구를 방어하는 건 유대교 근본주의 하레디와 아랍인들 뿐입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군 투입이라는 겁박은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가자 지구에는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데요. 북부 도시에 살고 있는 120만 명 중 수십 만 명이 피난길을 떠났고, 덕분에 40만 명이 살던 남쪽 도시에 현재 100만 명 이상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남쪽에는 이집트가 있습니다.

  이집트는 현재 인구가 1억 명이 조금 넘습니다만 난민이 900만 명이며 출신 국가도 133개국이나 됩니다. 이집트가 가자 지구와의 국경을 개방하는데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인도주의 물품만 이동하는 걸 지원하는 이유도 이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인구를 어떻게든 이집트에 떠넘기고 싶어 합니다. 정말로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지 안 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면서 이집트를 압박하는 겁니다. 만약 난민들이 이집트 국경으로 밀려 들어와 대규모 월경을 시도한다면 이집트도 이는 막을 수 없을 테니까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은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비현실적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확전이 될 가능성이 낮다 평가합니다. 제발 나를 연루시키지 말아달라는 주변국들의 열망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네타냐후 총리가 멍청하지 않다면 일부 국경지대에서 제한적 국지전은 벌릴 지언정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지상군 투입”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강조하는 이유는, 난민 밀어내기 게임입니다. 가자 지구 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집트 국경을 넘게 만듭니다. 가자 지구의 인구 규모를 줄임으로써 정치력을 약화시키고, 이스라엘의 고질적 병폐인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2023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를 다루는데 있어 민족과 종교을 중심에 놓지 않는 이유는 이때문입니다. 역사적 배경은 될 지언정 핵심은,

  결국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집과 직장 궁극적으로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간혹 온라인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모두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든지, 종교에 미치면 답이 없다라든지, 이스라엘 유대 자본주의가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는 등의 극단적이고 문제 해결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 주장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요.

  늘 말하듯 이곳의 문제로 우리가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관심을 갖는 건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지 전선을 확대하기 위함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구체적일 수 있습니다. 즉, 집과 직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다만, 이들에게만 맡겨 두기엔 켜켜이 쌓여 온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만이 아니라

  때문에 중재자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중동의 역학 구도를 살펴 봤다면, 마지막 다섯 번째 비밀작전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그리는 세계지도 위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고민합니다.

  중동 특별작전에 관해 의견이 있다면 이곳에 남겨 주세요. 좋아요와 짧은 인삿말은 만드는 우리에게도 큰 힘이 됩니다. 비밀요원들이 남겨준 모든 편지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중동 특별작전이 끝나면 2주 가량 쉬고 11월 둘째 주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원래 격주 화목토 체제인데, 이슈가 있다면 이슈를 더 잘 풀어 설명하는 게 좋겠죠.

  그럼 오늘 하루도 건강히 잘 마무리하시고 우리는 다음 특별작전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①중동을 이해하는 기초 문법, “바다” LINK

• 들어는 봤니? 이란 노마딕 유튜브 채널 #Abza LINK
• 팔레스타인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중동국가들 LINK
  

• 2023년 12월 17일(일) 20~22시(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