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요원님! 안녕하세요 별샛별입니다. 

 

  요즘 들어 번아웃이 자주 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참조점을 제공’하는 게 델타 월딩의 모토지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논쟁들을 대할 때면 우리만 다른 세계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외로움이 밀려 옵니다. 공허함의 진폭도 꽤 큽니다.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힘을 회복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주 인도네시아 특집 편에선 2045년 세계 5위 경제대국을 목표로 추진되는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조망했습니다. 니켈처럼 가공되지 않은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고, 배터리와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자국에서 집중 육성하는 건데요.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EU 대사님과 함께 한 Sunday Seesaw 후기는 다음 주에 보내드리겠습니다. 디지털 이코노미 현황도 담겨 있으니 절대 놓치지 마세요. 

 

  일주일 만에 인사드리며 다소 힘 없는 얘기를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어느새 11월입니다. 올 한 해 목표했던 바를 아직 다 이루지 못했다면 남은 기간 동안 꼭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화요일 Tea Talk! 시작하겠습니다. 

 

 

💦 요소수 매점매석, 3년 이하 징역・1년 이하 벌금… 정부 합동 단속

 

  위기의 시대입니다. 지난 달엔 에너지난(亂)으로 시끌벅적하더니 이번엔 ‘요소(Urea)’ 대란인데요. 요소가 왜 중요하며 왜 문제가 되고 있는지는 이미 언론에서 많이 다뤄졌기에 따로 설명하진 않을게요. 다만 기사들을 읽으며 델타 월딩이 가졌던 궁금증 등을 몇 가지 풀어 보려고 해요. 

 

 

😱 요소 부족? 요소수 부족? 

 

  지금 위기를 겪고 있는 품목은 정확하게 ‘요소'에요. 지난 10월 11일 중국이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건 ‘요소’를 포함해 29종 비료였어요. 

 

  차량에 사용되는 요소수는 요소에 정제수를 혼합한 것이에요. 즉, 중국 수입품이 아니더라도 요소만 구할 수 있으면 한국에서도 요소수를 만들 수 있어요. 한국에서 요소수를 만드는 곳은 롯데정밀화학(주)를 비롯해 10여 곳이 된다고 해요.

 

 

🚛 요소, 어느만큼 사용하나?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이 수입한 요소는 83.5만 톤이에요. 중국에서 2/3 정도인 56.1만 톤을 수입하고, 나머지 1/3은 인도네시아・카타르・이란 등에서 들여왔어요. 

 

  요소가 제일 많이 쓰이는 곳은 농업용 비료에요. 중국과 중국 이 외의 국가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1:1 정도에요 그러나 현재 산업과 자동차에 사용되는 요소(수)는 중국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요. 

 

  자동차용 요소수는 요소 1톤으로 3톤 가량의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연간 8만 톤의 요소로 24만 톤(2.4억 L) 가량의 요소수를 생산하고 있어요. 차량용으로 하루에 660톤(66만 L)의 요소수가 유통된다고 볼 수 있어요.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디젤(경유) 승용차는 133만 대, 화물 트럭 등은 56만 대 정도라고 해요. 다만 승용차는 1년에 한 번 정도 10L 요소수를 교체하면 되지만 화물 트럭은 일주일에 하나 당 사용하기 때문에 요소수 대란이 장기화되면 물류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요. 참고로 현재 요소(수) 재고는 최대 두 달로 추산된다고 해요. 

 

  

🇦🇺 요소 부족, 중국-호주 무역분쟁 때문? 

 

  요소(CO(NH2)2)는 이산화탄소(CO2)와 암모니아(NH3)의 화합물이에요. 암모니아(NH3)는 질소(N)와 수소(H)로 이뤄져요. 

 

  이중에서 수소(H)가 중요해요.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를 만드는 게 요소 생산 기술의 핵심이에요. 유럽은 주로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고, 중국은 수소 생산량의 62%를 석탄에 의존해요. 그래서 이번 요소 대란을 ‘중국이 호주 석탄 수입을 멈췄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설명하는 기사가 꽤 있어요.

 

  하지만 에너지 위기 비밀작전에서도 설명했듯이 중국에서 소비되는 석탄 중 수입 물량은 8%에 못 미쳐요. 이중에서도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제일 높아요. 즉, 요소 부족 사태는 호주와의 무역분쟁 때문이 아니에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에요. 

 

 

때문에 요소 생산에 필요한 수소가 부족해진 데다, 중국 정부는 화학비료 가격 상승세를 억제하고 중국 내 충분한 공급물량 보장을 위해 급기야 요소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게 됐어요. 

 

 

🇰🇷 한국 정부, 요소수 대응 골든타임 놓쳤나? 

 

  화물 업계 외에는 그 누구도 심각성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돼요. 정부는 물론 언론도요. 

 

  중국이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건 10월 11일이었어요. 이로 인해 한국에 미칠 영향을 가장 빠르게 감지하고 글을 올린 곳은 요소수 공급 업체였어요. 10월 15일, 요소 수급 불안으로 국내에 공급되는 요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요소수 판매 가격도 오른다는 공지글을 게시했어요.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10월 22일에 첫 글이 올라왔어요. 디젤(경유)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요소수 대란이 온다는 소문이 있다며 요소수를 사야되냐는 문의글이었어요. 

 

  언론에서 처음 다룬 건 10월 26일, 에너지 전문 미디어였어요. 본격적으로 조망된 건 다음 날인 27일 늦은 오후부터였어요. 상황이 이런 데도 주중 대한민국 대사관에는 비료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동향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어요. 코트라 베이징 사무소는 11월 1일에야 리포트를 작성했어요.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부처 회의는 2일에야 처음 열렸어요. 정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건 10월 20일, 산업부로 민원 접수가 된 후라고 해요. 

 

  이런 점 때문에 정부가 요소(수) 부족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많아요. 비료 문제 정도로만 판단했다는 건데요. 유럽은 요소에 사용되는 수소를 천연가스로 만들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때 식량 위기도 함께 논의되어 왔어요.

 

  이와 달리 한국은 농업용 비료 수입국이 다양한하고, 무기질(화학) 비료 대신 천연비료로 전환을 꿰하고 있다는 점, 산업 및 차량에 사용되는 요소를 중국이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이 늦어졌어요. 

 

 

🌐 요소수 위기, 한국만의 문제인가? 전 세계적 현상인가?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가장 타격을 받은 국가는 인도에요. 인도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요소의 48.2%를 수입하고 있어요. 다음으로 한국이 13.3%를 수입하고 있어요. 다만 인도는 요소의 많은 수를 비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안보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요. 

 

  이 외에 중국이 생산하는 요소를 수입하는 국가로 멕시코・칠레・호주・일본 등이 있어요. 하지만 이들 국가는 수입량이 많지 않으며 특히 일본은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요소 비중이 70%를 넘어요. 유럽은 앞서 설명했듯이 천연가스로 요소를 만들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아요. 

 

  한편 일본과 유럽, 미국 등은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디젤(경유) 자동차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해요. 따라서 이들 국가는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는 많지만 한국처럼 요소수 대란을 겪지는 않고 있어요. 실제로 이코노미스트, 워싱턴포스트, 니케이, 가디언즈, 파이낸셜 타임즈 등에서 요소수 대란에 대한 기사를 확인할 수 없어요. 

 

 

⛵️ 델타 월딩이 던지는 질문

 

  요소수 공급 부족은 한국적 현상이에요. 정부는 물론 언론조차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하며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볼 수 있어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도 사태를 악화시켰어요. 일본이나 유럽 등과 달리 한국 내에 요소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생산시설이 없다는 점, 디젤 자동차 비중이 높은 점도 일시적 병목 현상을 초래했어요. 따라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국내에서 요소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 우리정부는 요소(수) 확보를 위해 요소(수)를 직접 생산하는 국가로부터 협조를 요청 중인에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부활함에 따라 공급 부족을 겪는 건 요소만이 아니라는 전망이 제기돼요.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위기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해요. 다만 성장이 느려지는 현상에 대해선 신중히 대처할 것을 권하고 있어요. 지난 달 유럽과 중국에서 발발한 에너지 위기에 이어 한국에서 발생한 요소 대란은 어쩌면 위드 코로나가 생각보다 달콤하지 않다는 걸 전하는 메세지로 들려서 올 겨울,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