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법안>이라는 게 아마 생소할 거다. 여러가지 제도나 법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다는 건데, 그동안 아세안에서는 베트남이 외국인 직접 투자를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과도 같았다.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거나 제조업을 육성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것이다.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투자자로부터 불만을 많이 받았던 게 행정 처리가 불투명하고 특히 앞서도 얘기했듯이 노동자 보호가 상당히 강하다. 그래서 조코위 정부가 2기로 들어서면서 이런 부분에 전기를 마련하고자 만든 게 <옴니버스 법안>이다. 70여 개 이상의 법안을 일괄적으로 한 번에 개정할 수 있도록 대규모 조정을 한 것이다. 

  이전의 인도네시아에 비춰 봤을 때 <옴니버스 법안>은 노동계의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투자 유치를 위한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즉, <옴니버스 법안>은 노동자의 반대를 감내하고서라도 해외 투자 환경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법안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ESG는 현재 선진국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아세안은 아직은 어려운 여건이다. 다만 한국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진출했듯이 글로벌 기업이 속속 인도네시아에 몰려들고, 해외 투자도 활발해 지는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에서 유니콘 기업이 만들어지는 흐름 등 때문에 인도네시아도 ESG 경영에 대한 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NGO의 역량이 커지면서 이런 흐름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 저 역시 스타트업이 잘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생한 이야기 전해 주셔서 감사하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사실 중산층이 성장한다는 거다. 중산층은 여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가치경영이나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흐름에 정부는 기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0년 12월에 인도네시아는 ESG 리더스 지수라는 걸 신설했고, 모든 상장 기업은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발표했다. 또한 앞서 토코피디아 얘기를 잠깐 했는데 그곳도 ESG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홍보 문구라든지 경영 원칙을 크게 바꿨다라고 밝힌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아무쪼록 다시 한 번 스타트업 잘 되시길 진심으로 빈다. 인도네시아에 가게 되면 꼭 연락드리겠다. 그리고 다른 비밀요원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 

😎 한국은 신남방 정책을 통해 아세안과의 관계를 격상시키고 아세안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서 미중 간 대립 구도 속에서 하나의 틈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반응과 성과가 궁금하다. 또한 아세안 중심성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 신남방 정책에 대해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특정 국가가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넓혀가는 것은 물론 공동의 번영과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인 이니셔티브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만 신남방정책이 아직 5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편이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5년 중임제로서 조코위 대통령 2기에 접어 들었지만, 한국은 5년 단임제기 때문에 정부가 계속 바뀐다는 데에 잠재적 불안 요소가 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앞서도 얘기했듯이 전기차 생태계라든지 자동차 산업의 진출, 그리고 롯데 캐미칼 등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서 경제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끌어 냈다. 그래서 단기적 성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으로 계속해서 협력하고 노력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한편 아세안 중심성은 현재 굉장히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얀마 쿠데타에서 봤듯이 각국의 정치체제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2019년 아세안 정상회의 때 ‘개방되고 포용적이고 협력적인 질서’를 만들어 나갈 것을 협의했지만 이는 선언적인 성격이 강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데엔 제한적이다. 

  따라서 아세안의 결속력이 과거보다 약화되고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아세안의 외교적 공간과 실질적 이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라 볼 수 있다. 

⛵️ 어느새 두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질문이다. 아세안엔 이미 중국, 미국, EU, 일본 등 네 개의 국가 및 협의체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은 후발주자인데다 체급도 많이 떨어진다. 1등을 하겠다는 목표는 무모하다. 그래서 어떤 전략적 목표와 태도를 갖고 접근하는 게 좋을까? 즉, 국가전략의 지도 위에 어떤 위치로 아세안과 인도네시아를 둬야 할까? 

🧑🏻 전략적 지향점은 미중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외 국가들과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문화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아세안만이 아니라 호주-인도-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포스트 차이나 시대에 대비해 아세안으로 확장하는 흐름은 정부가 바뀌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한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려 있는 국가다. 

  다만 외교라는 게 한 국가만의 의지로 되지 않는다. 투탱고라는 표현이 있듯이 파트너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는 쌍방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양국이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아세안 그리고 한국 시민 간의 호감도를 높이고, 상호 존중의 문화를 높일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는 미래가 상당히 밝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와 한국과의 관계를 늘 응원하는 입장에서 오늘 Sunday Seesaw에 참여해 주신 비밀요원님들의 뜨거운 관심과 수준 높은 질문 덕분에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넓어졌으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델타 월딩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지식 기반의 플랫폼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