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2021. 5. 31.

🌏⛵️ 다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경계가 사라지면 새로운 우주가 펼쳐집니다"

안녕하세요! 비밀요원님에게 보내는 열세 번째 m&m 입니다. 🧚🏼🧚‍♀️🧚🏿‍♂️ 델타 월딩(∆worlding) 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 를 대표해 별샛별이 인사드립니다.

최근에 산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공원 옆으로 난 골목에서 왈왈- 개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흔한 개소리입니디만 그냥 지나치기엔 메아리는 짧았고 속도는 빨랐습니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듯 말이죠. 주변을 돌아 보니 검은색 차 한 대가 눈에 띕니다. 소리의 발원지였습니다.

차량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검게 칠해진 선팅 뒤로 희끄므리한 형체가 보입니다. 포메라이언으로 추정되는 강아지 한 마리가 주인도 없이 홀로 짖고 있습니다. 창문은 틈새도 없이 굳게 닫혀 있어 보기 안쓰럽습니다. 20보 거리에서 약주를 드시던 이들이 저를 향해 말합니다.

"저렇게 짖은 지 좀 됐어요."

머리 속으로 미디어에서 접한 다양한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곧 주인이 올 수도 있는데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10여 분 뒤 다시 그 앞을 지나갈 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저씨들이 말한 '좀'과 제가 경험한 10분이 괜한 공명심을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인에게 직접 전화할 배포는 없었습니다. 당신이 뭔데 남의 일에 참견이냐며 소리 지르는 경우를 미디어를 통해 종종 접하곤 하죠. 마침 지구대가 바로 앞에 있네요. 여차여차- 상황을 설명하고, 경찰들이 차량 앞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고, 5분여가 흘렀을까요? 주인이 돌아와 민망한 듯 인사하며 차를 타고 자리를 뜹니다.

나름 훈훈한 결말입니다. 누구도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으니까요.

제가 괜한 오지라퍼가 됐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실은 다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시민들의 참여, 책임, 의무라고들 말하죠. 이런 것만이 우리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평등하고, 정의롭게 만든다고 합니다만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하는 게 21세기 한국을 살아가는 표준시민이 되는 건질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한강편>을 봤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라 일축하며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 마음 어찌 헤아릴까 싶어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났음에도 상황이 나아지긴커녕 더 악화되는 모양새입니다.

궁금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왜 음모론에 빠지게 되는 건지, 전문가의 말이 아니라 유튜브 여론에 휩쓸리는 건지, 사건을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지엽적 스냅샷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질 말이죠. 그런데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분석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공정함이나 정의를 찾아야겠다"

음모론에 빠지는 이들의 밑바닥에는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합니다. 즉, 제가 개 짖는 소리에 결국 발걸음을 멈춘 것과 저들이 한강 익사 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는 '초기' 심리가 별반 다르지 않는 겁니다. 21세기 한국을 살아가는 표준시민으로서 제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은 겁니다.

다만 제가 지구대를 찾아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들 역시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으며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유튜브가 진실'이라며 '유튜브만 믿어'라고 말하는데요. 그알을 보며 유튜브에 대한 고정관념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다소 무너졌습니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이들을 이제껏 저는 B급의 언어와 정서로 중무장됐을 거라 상상해 왔습니다. 딱 봐도 불량식품처럼 자극적인 톤앤매너로 선동을 일삼는 거죠. 하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 포맷을 차용해 누가 봐도 전문가의 과학적인 진단이라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었습니다.

사망자 아버지의 인터뷰에서도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혼란스럽다고요. 경찰을 믿으라는 사람이 1명이라면 반대로 말하는 사람이 만 명이라구요.

이번 그알은 꽤 잘 만들어진 방송이었습니다. 레거시의 힘을 새삼 발견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자식 잃은 슬픔에 취해 남의 자식 가슴에 대못 박는다며 사망자 아버지를 원망키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 손군의 부모가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서기를 더 기다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아! 이 또한 기다리는 것 외에 제가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제(5/30)는 안내드린 대로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님과 함께 비밀요원과의 접선의 날을 가졌습니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뜨거운 열기로 인해 장장 네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요. 이 자리를 빌려 귀한 시간 내어 주신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대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졌습니다.

하나는 2021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로서 바이든의 '동맹 중시 외교'가 특징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과 새로운 파트너쉽을 만들려는 의지 즉, New Frontier 구상이 구체적으로 기술됩니다. 양측의 이익이 균형있게 반영됐으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확연히 높아진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을 자극하는 수준도 아닙니다.

다만 너무 자화자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이 평균이지만, 트럼프 시대에 너무 냉랭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델타 월딩에서도 평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를 벗어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부문에 걸쳐 의제들을 다룬다는 건 21세기를 살아가는 G10 표준국가의 정체성을 요구받는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한국의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대표적으로 기후협력에 대처하는 자세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화력발전 비율이 40%를 넘습니다. 이에 10년 내로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고 풍력이나 태양광 등 친환경발전으로 교체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만 관련 직군 및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어 합리적인 솔루션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디어에 대한 신뢰 여부입니다. 속보 경쟁하듯 쏟아지는 기사로 인해 피로감이 가중됩니다. 해외 언론과 다른 국내 분위기에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거시적인 전망으로 입체적으로 다가서는 게 아니라 각론에 얽매여 일대일 교환 함수마냥 단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인상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점수를 매기도록 등 떠밉니다.

사회 전반이 한 발 물러서서 기다리는 유연함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일까요?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초당적으로 협력할 사안과 내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발전적으로 계승해야할 의제들에 관한 것입니다.

또한 외교의제가 폭넓어지고 있으며 민간외교의 범위가 확대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오고 갔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과거에는 GDP나 군사안보 등 강성권력(Hard Power)이 외교안보의 주 의제였습니다. 청와대와 행정부처 공무원들만의 리그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국제사회는 연성권력(Soft Power)의 중요성도 높아집니다. 다양한 부문과 직군에 걸쳐 협력과 때론 경쟁이 다이나믹하게 연출되고 있기에 정보의 단편이 아니라 보다 깊이 있는 사유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쫓아가는데 있어 개인들마다 편차가 큽니다. 정보의 불균형 때문인데요. 델타 월딩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초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국내외의 다양한 소식과 관점을 소개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실은 델타 월딩을 만들고 일요일마다 클럽하우스에서 Sunday Seesaw 를 진행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델타 월딩이 시작한지 3개월이 흘렀습니다. 내일이면 4개월 차에 접어 드네요! 앞으로도 양질의 비밀작전을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비밀요원님의 응원에 있습니다. 델타 월딩 비밀작전에 공감하신다면 주변에 널리 홍보해주세요.

<한미정상회담> 비밀작전이 마음에 들었다면! 🤩

비 오는 월요일입니다. 이번 달 들어 비 오는 아침이 잦았습니다. 이런 날이면 신용목 시인의 <오지의 비유>가 떠오릅니다.

몇 해 전 저는 큰 사고를 당해 병원에 오랜 기간 누워 있었습니다. 온 몸에 칭칭 감긴 붕대, 꼼짝달싹할 수 없는 몸. 제게 허락된 건 고개를 돌리는 것 뿐이었는데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여름이었습니다. 창 밖으론 운무만 한 가득이었고 시의 한 구절처럼 "나를 버려두고 또각또각 목발 소리를 내며 청춘은 어디론가 가버린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합니다. 비밀요원님도 늘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매주 화목토 오전 11시 30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1년 5월 31일 월요일

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

공삼・별샛별・세레니디피티・핑크쵸코

이번 주 <델타 월딩> 어땠나요? 😎

나는 한쪽 다리를 잃은 사람의 잘려나간 다리처럼

누워 있다,

누군가 창을 닫고 지나간 하늘 - 불 꺼진 중환자실 빈 침대에 남은 핏자국처럼

나를 버려두고 또각또각 목발 소리를 내며 청춘은 어디론가 가버린 것 같다

피 묻은 붕대를 풀어놓는 노을 속에서,

나는 잘린 부위부터 검게 썩어갈 것을

안다, 저녁은 진창을 딛다 벗겨진 장화처럼 몸의 습지 가운데 박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