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월딩이 양질의 정보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형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면 시에라 소사이어티는 험난한 지식의 산맥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넘어가는 지식 담론 공동체를 꿈꿉니다. 

  책을 읽는 건 여느 독서모임과 비슷하고, 전문가와 함께 한다는 점에선 강의처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방향의 소통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수평적으로 대화하고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지식이 공부가 아니라 놀이하듯 공유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피그마라는 디자인 협업툴을 활용해 다양한 액티비티를 수행합니다. OX 퀴즈를 풀기도 하구요, 밸런스 게임도 합니다. 의견을 좀 더 편하게 나누고 언제든지 리뷰가 가능하도록 주고 받은 대화를 메모장에 기록을 남겨 두기도 합니다.(참고 영상)

  새로운 툴을 익힌다는 건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려운 일입니다. 기술맹신주의에 빠져서도 안 될 겁니다. 그럼에도 기술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질과 폭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에 꽤 유용합니다. 

  또한 시에라 소사이어티는 지방과 해외에 거주하는 비밀요원님들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시차도 계산해 진행합니다. 서울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보자는 취지인데요.

  그래서일까요? 울산, 부산, 동해는 물론 싱가포르, 모로코, 뉴욕 등 다양한 지역에 있는 비밀요원님들이 매일 아침밤으로 줌과 피그마에 접속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그 수도 어느새 70여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덫에 빠진 느낌입니다. 

  알다시피 저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본업과 병행하며 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구상한 모델이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선 전업 체제로 전환돼야 합니다. 그런데 전업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초기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초기 자금을 받기 위해선 성과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올 초에 소셜 벤처 분야로 정부지원금을 신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큰 금액은은 아니지만 숨통은 트일 수 있는 금액인데요. 서류는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두 가지 이유로 추정합니다. 하나는 델타 월딩과 시에라 소사이어티 프로젝트가 소셜 가치를 지향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와 역시 성과입니다. 시에라 소사이어티가 시작하기 전이었던 만큼 명징한 숫자를 내세울 수 없었습니다. 

  또 역시 추정인데요. 자금사용계획에 대해 디렉터들의 연봉을 5,000만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저의 고집 때문입니다만 다른 곳의 지출을 줄일지언정 유능한 인재에 투자하는 걸 아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점이 사업가로선 비현실적인 면모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다시 돌아가더라도 저는 똑같은 답변을 할 겁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는 희망으로 묵묵히 지내온 몇 개월이지만 사실 요즘엔 지칩니다. 

짐작하셨을 겁니다. 

  6월엔 예고도 없이 비밀작전을 한 주나 빼먹었습니다. 이번 주도 화요일에 나갔으니 목토에 발행돼야 마땅한데 역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목요일에 나갔어야 할 비밀작전의 주제는 북핵이었는데요. 살짝 어려운 얘기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