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전지현과 이나영, 이영애를 TV에서 하루도 안 본 날이 없었어요. 그래서 'OOO의 하루'라는 우스갯 소리가 만들어졌어요. 그러나 불과 10~15년 사이에 'OOO의 하루'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은 물론 TV를 본다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이러한 결과로 세대 차이만이 아니라 세대 간에도 소통이 잘 안 되고 있어요. '한강, GS25, 네이버, 멈춰, 박나래, 도지사'라는 단어에서도 각기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를 테니까요. 

  즉, 사회문화의 구심점이 사라지고 빠른 속도로 '탈중앙화', '분극화', '개인화'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시대에 재편되는 국제질서는 어떤 모습이고,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옥시토신이라는 단어를 델타 월딩을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구글에 검색해 보니,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호르몬이라고 해요. 출산을 돕기도 하고, 연인간에 포옹이나 키스를 할 때도 나온대요.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는데 있어 결코 빠질 수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연애지수를 높이기 위해 코에 뿌리는 액상형 옥시토신이 만들어져 판매되기까지 한대요. 

  애석하게도 '옥시토신'이 글로벌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다룬 연구논문이 없어서 논의가 진전되지는 못했지만 정상회의가 열리는 방 안에 옥시토신이 한 가득이라니! 상상만 해도 재밌지 않나요? 

코로나 펜데믹 상황도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있어요. 델타 월딩에서도 몇 차례 다뤘어요. (링크1, 링크2) 초기에는 방역과 의료 지원에 중점을 뒀다면 지난 연말부터는 백신 확보를 위한 국가별 경쟁이 치열했어요. 백신 민족주의, 백신 양극화가 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죠. 

  하지만 백신 안정성은 물론 효능에 대해서도 의문이 뒤따르기 시작했어요. 2차, 3차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인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어요. '코로나와 적응하며 공생'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거에요. 

  코비드-19 백신은 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였어요. 세계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백신 생산을 확대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정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산업계와 협력할 것을 약속하는데요.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주요 제약사의 지적재산권(IP) 포기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걸 지적하고 있어요. 

바로 지난 주에 다뤘어요.(링크1, 링크2) 미국이 트럼프 정부 시절 손상된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야심차게 꺼낸 카드가 '기후변화'인데요. 미국과 주요 서방국가들은 탄소 배출 감축안을 앞다퉈 상향 조정해서 발표했어요.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의 반응은 미적지근했죠. 

  한국 또한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말았어요. 석탄 화력발전이 여전히 40%를 상회하고 있는데다 원자력발전에 대해선 미래지향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게다가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탄소세, 탄소국경세 등 세금 이슈와 발전소 노동자들의 직업 전환 등 다양한 의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고양이 목에 방울걸기'같은 과제로 남아 있어요. 

 

초강대국 vs. 강대국 

<The Oxford Handbook of International Security>(2018)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배리 부잔은 강대국을 초강대국과 강대국으로 세밀하게 구분해요. 

  책에 따르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시(1945)까지는 영국과 소련, 냉전 종식기(1989)까지는 소련과 초강대국 지위를 함께 나눠 가졌어요. 하지만 1989년 이후로는 압도적 위상의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았어요. 하지만 21세기 들어와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가 발견되고 있어요. 군사력과 정치력・경제력의 규모나 강도가 전 세계에 미치기보다 지역 패권국으로 평가하기에 적합하다는 거에요. 

최근에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거에요. 지난 달 14일에 바이든 대통령은 5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미군 3500여 명을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바이든은 브리핑을 통해 자신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지휘한 네 번째 미국 대통령이지만 이러한 책임을 다섯 번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중동에서의 미군 철수는 미 대선 전에도 뜨거운 화두였어요. 미국의 씽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미 유권자가 고려해야할 다섯 가지 질문'이라는 보고서에서 첫 번째 토픽으로 '중동(Middle East)', 세 번째 토픽으로 남아시아(South Asia)'를 꼽으면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무엇을 빚졌는가'라는 상당히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어요. 중동에서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중국, 러시아, 이란 및 극단주의 단체들이 공백을 메울 우려가 높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그곳에서 이미 많은 희생을 했다고 밝히며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을 촉구해요.  

  미군 철수에 대한 여론은 비단 중동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대선 전에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방비는 물론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의 전체 규모를 줄이자는 의견이 상당히 높아요,(참고: 국제사회에 군사적 개입을 반대하는 비율 59.1%) 바이든을 지지하고 연령이 어릴수록 이러한 요구가 압도적이에요. 한편,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의 병력규모는 베트남전 이후로 감소하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증가했지만 다시금 감소하고 있어요. 

국내정치에 집중할 것 

미국 여론은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개입의 규모를 줄일 것을 요구하는 의견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앞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평화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다수의 응답자(35.7%)가 '국내정치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답변했어요. "미국 국경을 넘어 불필요한 개입은 피하면서 국내의 필요와 미국 민주주의의 건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건데요. 사회 통합을 위해 더 힘을 써달라는 건데요.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를 가리지 않고 전년도보다 4~5% 가량 수치가 증가한 거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