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 전문가가 되어가는 비밀요원과 국민들… 이런 기회에 다들 외교에 대해 더욱 공부하게 된다. 참 좋은 기회다!”

👉🏻 “대만에 대해서라면 저의 지식은 백지에 가깝더라구요.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었어요. 그동안 대만영화를 보며 가졌던 심상만이 있었어요. 덥고 습하고, 우리와 비슷하게 경쟁적이고 압축적이고 갈등과 성취를 향한 맹렬한 질주와 그 안의 허망함이 가득한 피곤하고 나른한 어떤 세상에 대한 이미지요.

  그런데 델타 월딩 비밀작전을 읽으며 복잡한 거미줄같은 퍼즐의 한가운데에 놓인 섬이 갑자기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과연 어떤 길이 현지에 뿌리 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길일까… 참으로 어렵기로는 한반도 못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대만에 대해선 다소, 꽤 많이 멀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언젠가는 중국에 의해 흡수통일되지 싶은데’ 정도의 감상을 갖고 있었어요. 시진핑의 전쟁 준비 선언, 타이완 총리의 미국 방문 소식을 들으면서도 우리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감이 있었는데요.

  델타 월딩 비밀작전과 소개해 준 글들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본래 외부의 강력한 위협은 내부의 단결을 촉진하지만, 더욱 극심한 분열의 단초가 될 수도 있겠구나. 대만의 상황이 무척 어렵구나. 그들을 하나로 묶는 무언가가 힘을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 “중국 해양진출을 막는 지정학적 요충지, 꼭 필요하지만 언제든 친중여론이 혼재한 믿을 수 없는 곳 등 대만에 관해 많은 얘기가 오갑니다. 하지만 정작 대만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안다뤄지는 것 같습니다. 기껏해야 ‘대륙과 원수지만 중국인이라는 정체성 갈등이 있다.’ 정도로만 생각할 뿐입니다.

  비밀작전을 보면서 현상 이해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우리와 꽤나 비슷하지만 대만이 더 극단적이라고.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넓은 시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도 느꼈습니다. 결국 미중갈등의 핵심 축은 대만이고, 우리는 부수적인 거니까요.”

👉🏾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읽으면서 분석의 틀이랄까 예측의 기준이랄까… 하나의 결과나 현상에 대해 각기 다른 해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밀요원님, 안녕하세요. 🔍갤갤이 인사합니다.

  최근에 대만과 관련해 두 통의 비밀작전을 발행했습니다.

• [필독] 대만 정치, 이걸로 완전 정복! LINK
• 대만전쟁설, 요즘 왜 계속 나오나? ft. 한미정상회담 LINK 

  후기에서 공통되게 반복되듯이 대만이 이슈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정작 대만 내부 이야기는 한국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비밀작전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요.

  대만에 관한 이야기를 비밀작전 마지막에 좀 더 풀어 놓겠습니다.

🇹🇷 튀르키예 대선이 요즘 핫이슈입니다.

  튀르키예의 가장 큰 현안은 인플레이션이 40% 이상 치솟는데도 현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경제 구조를 뒤틀리게 만든다는 겁니다. 중앙은행이 정치권력에 종속되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 배경엔 2003년부터 종신집권을 해오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있습니다.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고학력층일수록 에르도안을 좋아하는 이를 찾아보기가 당연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야당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가 꽤 많았습니다. 투표율도 무려 88%에 이르는 등 이번 대선에선 에르도안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하지만 현지시간으로 지난 5월 14일이었습니다. 1차 투표 결과,

• 에르도안(정의개발당)이 49.5%
• 야당 당수인 케말 클르추다로을루(공화인민당)가 44.89%로 

  오히려 에르도안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과반에 미치지 못하기에 5월 28일에 결선 투표를 치르는데요.

  5.17%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한 승리당이 캐스팅 보트에 올라섰습니다. 승리당은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다는 점에선 공화인민당과 비슷한 노선을 취합니다. 이슬람주의와는 선을 긋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승리당은 에르도안보다 훨씬 더 극단적 튀르키예 민족주의를 추구하고 반이민 정책에 적극적입니다.

  즉, 승리당 유권자의 많은 수가 에르도안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집니다. 때문에 튀르키예 역사상 가장 긴장된 2주 동안 공화인민당 지지자들이 어느 만큼 결집하느냐에 따라 튀르키예는 에르도안 20년 집권에 종지부를 찍느냐, 러시아의 푸틴처럼 장기독재의 길로 들어서느냐 그 향방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겁니다. 선거도 치르는 튀르키예를 왜 독재라 부르지?

  아직은 튀르키예가 독재국가인 건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은 제도적 민주주의, 즉 정치인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절차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 정확히는 서구사회가 튀르키예 대선에 긴장하는 건 민주주의의 쇠퇴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름 아닌 러시아입니다.

  튀르키예는 NATO 회원국임에도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자랑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에는 러시아와 서구사회를 오가며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죠.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 대해서도 연합전선 구축을 원하는 미국으로선 에르도안이 집권하는 튀르키예는 존재만으로도 균열입니다.

  하지만 튀르키예, 정확히는 에르도안으로선 미국이 원하는 대로의 서구사회로의 올인은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닙니다. 튀르키예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고 실제로 투자를 단행한 건 러시아나 사우디 아라비아 등 비 서구사회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에 튀르키예가 경제 위기를 겪는 동안

  야당인 공화인민당의 승리를 원하는 이들만큼이나 에르도안의 장기집권을 바라는 국가들도 많은 거죠. 이를 돕기 위해 튀르키예에 돈을 주고, 이는 튀르키예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줍니다.

  이쯤되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가 정말로 튀르키예의 정치적 변화를 바라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튀르키예와 서구사회 간에도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어쨌든 선택은 유권자에 달려 있습니다. 이후 소식은 튀르키예 결선 투표 이후에 다시 전하도록 하구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대신 본문은 가볍고 재미난 얘기를 합니다.

  이러한 튀르키예 정세 변화에 그 누구보다 예의주시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한국의 CJ CGV입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구요.

  대만에 대해서도 짧게 이야기합니다. 그럼 오늘 비밀작전 시작하겠습니다.

CJ CGV, “나 떨고 있니?” ft. 튀르키예 대선

😎 델타 월딩 비밀요원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지난 비밀작전에 이어 오늘도 선거 얘기를 했습니다만, ‘다른 나라’ 정치 사정을 모른다고 큰 일이 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나라 문화를 더 잘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저희는 종종 넷플릭스에서 특정 국가명을 검색해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 봅니다. 물론 모든 콘텐츠를 다 감상하진 못합니다. 그래도 분위기와 국가 별 차이를 감지한달까요?

  예를 들어, 하이틴 드라마라면

  등을 각 국가 별 최신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13편을 다 본 비밀요원님도 있을 거고, 처음 들어본 작품이 많을 수도 있을 텐데요.

여기서 흥미로운 건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일수록 대학 입시는 극을 이끌어 가는 메인 서사로 기능합니다.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을 흠모하는 짝사랑도 빠질 수 없으며, 가해와 피해의 대비 구도도 꽤 명료합니다.

  이와 달리 거리가 멀수록 연애와 성(sex)에 관해 상당히 과감하고 막장극적인 요소도 많습니다. 대학 진학은 주변적 이야기로 치부되며, 가해-피해라기보다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으로서 암투극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한국에서 막장극이라 비판받는 드라마들을 이들과 비교하면 ‘순한맛’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죠.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선생님・부모님 등 어른들과의 관계입니다.

  한국과 가까울수록 이들이 메인 서사를 차지하진 않더라도 주인공들의 생살여탈권을 뒤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만, 멀수록 역시 주변 요소로 밀려납니다. 하이틴 성장물인 만큼 어른들의 간섭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한국처럼 절대전능의 억압적 존재로 기능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꽤 신기하게 다가왔던 게 튀르키예에서 제작된 <러브 101>입니다. 패싸움을 하거나 학교 실험실을 폭발시키는 등 사고란 있는 대로 다 치던 문제아들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싱글 선생님들의 연애를 주선하며 일어나는 해프닝과 그 과정에서의 성장을 다룹니다.

  즉, 어른이 극의 전면에 등장해 10대들이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러브 101>이 더 신기했던 건, 이 드라마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디만 튀르키예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한류 못지 않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겁니다.

  온라인에서 종종 이런 글들을 보셨을 겁니다.

• “CJ CGV가 튀르키예 때문에 망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2016년 4월, CJ CGV가 8천억 원을 들여 튀르키예 영화관을 인수했는데요. 그 바로 다음 해였습니다. 튀르키예가 러시아의 첨단 방공 미사일 S-400을 구매했고, 이때부터 튀르키예와 미국 간 갈등이 시작됩니다.

  그 이전까지는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사이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2015년 11월엔 튀르키예군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사건도 있었죠.

  반면에 미국과는 최첨단 전투기 F-35A를 도입하는 계약을 2014년에 체결하는 등 NATO 회원국으로서의 끈끈한 동맹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7월에 발발한 쿠데타 미수 사건으로 모든 게 반전됩니다.

  에르도안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하고 말았는데요. 에르도안은 쿠데타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쿠데타 주동자로 지목된 이가 미국으로 망명을 갔는데 튀르키예로 넘겨달라는 요구를 묵살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에르도안 정부가 쿠데타를 진압하는데 큰 도움을 준 건 러시아였습니다. 비록 지난 해에 전투기를 격추한 사건이 있었지만 쿠데타 발발 바로 한 달 전 에르도안이 푸틴에게 사과를 하며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던 중이었습니다.

  급기야 이듬 해인 2017년에는 러시아 미사일마저 구매하자 미국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튀르키예 화폐인 리라화의 가치가 크게 폭락해 버렸고, 이는 고스란히 CJ CGV의 손실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으로선 튀르키예가 러시아 방공 미사일을 구매하는 걸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했듯 튀르키예는 NATO 회원국입니다. 무기체제와 운용에 관한 정보를 회원국들과 다함께 공유하는데요. 튀르키예가 러시아 방공 무기를 구매하면 사드(THAAD)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전략에 차질이 발생합니다.

  결국 튀르키예는 F-35A 프로그램에서도 퇴출되는데요. 이러한 과정은 튀르키예로 하여금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튀르키예-이란 등이 모여 새로운 경제블록을 형성하는 거죠.

  그런데 하필, CJ CGV는 튀르키예에 이는 격랑의 물결이 최고조로 치달을 때 무려 8천억 원을 들여 영화관을 인수했습니다. 투자 단행 뒤 불과 3개월 만에 실패한 쿠데타가 일어나고 외교 관계마저 180도 전환될 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인기가 시들해져 버렸다는 것도 그때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의문이 들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라는데 튀르키예와 한국 중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 말이죠. 튀르키예가 드라마 수출국 2위라는 사실에도 의아할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와 한국의 드라마 수출 현황을 비교한다든지 전 세계 영상 콘텐츠 시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글을 찾긴 어렵습니다. 다만 조각난 글들을 바탕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수출 그룹 1군엔 영미권(미국・영국・호주・캐나다), 일본, 중화권(중국・대만・홍콩)이 포진해 있습니다. 언어와 인구가 유리하게 작용했을 지라도 어쨌든 제일 큽니다.

  그 다음으로 북유럽・서유럽(스웨덴・벨기에・프랑스・스페인), 중남미(멕시코), 인도, 튀르키예, 한국 등이 나눠 갖는데요. 흥미로운 건 한국과 튀르키예 콘텐츠 열풍이 인 시기가 비슷합니다. 한국의 <대장금>이 2004년이라면 튀르키예 신드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Noor>라는 드라마도 2005~7년에 방영됐습니다.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우선, 전통적 1군만이 아니라 북유럽과 서유럽, 중남미, 인도 등도 언어와 인구적 혜택으로 배후 시장이 탄탄합니다. 제작자로선 기본 시장이 확보되는 거죠. 그러나 소비자들에겐 다양성이 떨어지는데요. 새로움을 향한 니즈를 튀르키예와 한국이 채워줬습니다.

  하지만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환영받는 건 아닌데요. 튀르키예와 한국의 영상 콘텐츠에는 점차 희박해지는 ‘가족’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어 노스탤지어를 자극합니다. 서구 콘텐츠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마약, 폭력, 섹스 등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꽤 어필한 겁니다.

• “튀르키예 드라마에는 모두가 갈망하는 유럽식 자유와 지키고 싶어 하는 보수적 가치가 혼합되어 있다.”

  이때문에 즉, 중동지역의 정치적 사정으로 인해 바로 몇 해 전부터 인기몰이를 하던 튀르키예와 한국의 콘텐츠가 상승 모멘텀을 얻게 됐습니다.

  특히 튀르키예는, 여타 아랍 국가들과 언어와 민족이 다르다는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일찌감치 해당 국가 언어로 더빙을 해서 방영하고 있었는데요. 덕분에 중동 지역 전체를 안정적으로 접수할 수 있었고 이 여세를 몰아 전 세계로 뻗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튀르키예와 한국 중 누가 더 인기 있느냐고 묻는다면 비슷비슷한 듯 합니다. 한국은 K-pop과 더불어 화제성이 높다면, 튀르키예는 수출 규모가 더 크달까요? 말했듯 미국 다음의 2위 국가입니다.

  온라인에서 두 국가의 드라마를 비교하는 리뷰 등을 찾아 읽으면, 양국 모두 (보수적) 검열로 인해 키스씬 이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상당히 따뜻하고 로맨틱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남녀 노소할 것 없이 가족적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들에게도 매력을 느낍니다.

  콘텐츠 제작에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든지 인기에 힘입어 관광객이 급증하거나 두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도 비슷합니다. 다만 튀르키예는 역사적 스팟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회차 당 분량이 1시간을 넘고 인기가 높으면 시즌제로 확장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2019년 기준입니만 튀르키예에서 최근 5년 간 가장 많이 시청된 프로그램의 40%가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튀르키예가 한국 드라마 판권을 사들인 후 튀르키예 감성으로 다시 제작해 방영하며 드라마 수출국 2위를 지켜가는 거죠.

그나저나, 오늘의 소제목 “엄마, 우린 누구로부터 도망쳤던 건가요?”는

지난 비밀작전에서 대만 정치를 이끄는 역동성으로 중화통일, 대만독립, 그리고 현상유지 이렇게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대만 사회로 한 걸음 더 안으로 들어가면 국민당 독재라는 과거사 이슈라든지 지역 별 경제 격차, 청년실업, 아세안 이주민, 여성의 사회적 진출, 탈탄소정책 등으로 더욱 복잡한 지형을 그립니다. 일전에 추천해드린 대만 정치 드라마 <인선지인>에서 그러한 단초를 엿볼 수 있는데요.

  다만 2024년 총통 선거를 전망할 수 있는 상징적 징후들이 있습니다.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현 총통은 57.13%의 득표율로 압도적으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지율이 추락했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지난 번에 설명했듯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며 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해 8월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차이잉원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대만 전역을 봉쇄하는 중국의 대규모 연습을 지켜보며 미국을 의심하는 유권자가 증가한 것입니다. 그래서 2024 대만 총통 선거는 아래 캐치 프레이즈들 간의 경쟁이기도 합니다.

• (민진당) “자유냐 독재냐”
• (국민당) “전쟁이냐 평화냐”

때문에 이제는 질문을 잘 던져야 하는데요.

  전쟁을 치르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정치 지도자는 많지 않습니다. 북핵 관련 비밀작전에서 설명했듯이 핵을 보유하는 시대에 안보전략의 기본은 ‘억제’에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한다면 감당하지 못할 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결국 그 행동을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억제를 위한 군사적 대비태세는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합니다. 외교적 소통 채널도 계속 열려 있어야 합니다. 학자와 민간이 교류하며 상호 간에 오인의 폭도 줄여야 합니다. 다만 세 번째 해법은 격앙된 여론 지형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효과를 얻긴 어렵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고위급 교류인데요. 지난 5월 10일이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지난 해 11월 G20에서 만난 양국 정상은 대화 채널 복원을 합의했습니다. 그래서 블링컨이 2월에 베이징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스파이 풍선 이슈가 터지며 무산됐었죠. 그런데 이를 재개하기 위해 다시 대화를 시작한 겁니다.

  즉, ‘억제’의 ‘억제’의 ‘억제’로 인해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 상태가 더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 국면에서 가장 현명하달까요?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국가는 다름 아닌 일본입니다.

  한일 간의 과거사 이슈는 잠시 접어두고, 일본에 대해서만 보자면 일본 역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물밑 작업에도 소홀하지 않습니다. 지난 비밀작전에서 소개했듯이 기시다 총리는 중국과의 우선순위는 군사 조치가 아니라 적극적 외교라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일본은 한국과 셔틀 외교를 복원했고, 17일부터 히로시마에서 진행되는 G7 의장국으로서 미국과의 만남도 잦습니다. 그런데 이런 때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일본인 제약회사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구속됐기에 이와 관련한 협의가 필요키도 했지만 기본 메세지는 “중국과도 대화 채널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가능성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우린 모든 국가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즉, 한국이든 일본이든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는데요.

지난 해 5월 미국은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발족시켰습니다. 당연히 일본도 회원국으로 참여합니다만 실제로는 꽤나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 때 만들었다가 트럼프가 탈퇴한 후 일본이 실질적 리더로 이끌고 있는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미국이 복귀할 것을 계속해서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우려하는 점에선 미국과 뜻을 같이 하지만 경제 이슈, 중국과의 무역에 제재를 가하는 방향성에는 일치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일본이 미국과 만날 때마다 CPTPP 복귀를 권유하는 태도를 두고 미국과 일본 간에 추가적 마찰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은 새삼 누구에게도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안보 정책에 있어서도 온전히 일심동체인 건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 간에 군사적 갈등이 고조될 시 일본이 이탈할 거라는 우려는 다름 아닌 미국에서 제기됩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일본인의 27%는 자위대가 미국과 협력해선 안 되며, 56%는 후방지원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오직 11%만이 미국과 함께 싸워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은 아직 평화헌법을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정치인들은 강경한 발언을 이어갈 지라도 일본은 미국을 도와줄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최근에 기시다 총리는 타임즈와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인터뷰 내용과 제목이 너무 다르다는 일본 외무성의 이의를 타임즈가 받아들였기 때문인데요. 이 지점에서 일본의 의중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미국과 동맹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쟁에 연루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일본의 지향점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리더국입니다.

  즉, 일본의 방점은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이지선다가 아닙니다. CPTPP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경제질서 위에서 이해관계가 일치된다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누구와도 협력하겠다는 실용적 전략을 추구합니다. 미국은 중국을 오인해서 안 되는 것 만큼이나 일본에 대해서도 오판해선 안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만전쟁은 누구에게 이익일까라는 물음에 대해선 전쟁을 바라는 이는 누구도 없습니다. 군사적 긴장 상태를 고조시키며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극 활용할 뿐입니다. 선거로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체제의 필연적 숙명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매파적 목소리가 거세지고, 양안통일의 구체적 타임라인까지 제시하며 위협 수위를 끌어 올리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됐듯이 전쟁은 계획대로만 전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중국에도 계속해서 일깨워야 합니다. 

  한편 ‘억제’를 위한 군사적 대비태세와 별도로 외교 채널을 이어가기 위한 물밑 작업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무역과 첨담 기술, 안보 등 세 개 부문에서 첨예하게 대치하지만 우발적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소통의 문을 열어 두며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은 표면적으로 계속 유지될 겁니다. 그에 따른 불확정적 질서도 단기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미국과 일본조차 서로의 서로에 대한 투쟁입니다. 때문에 사태를 정확히 보고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위험을 앞장 서서 자초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늘 비밀작전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이곳에 남겨 주세요. 더 많은 비밀요원과 나누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2023년 5월 21일(일) 20~22시(KST)
• 서정인 전 아세안・멕시코 대사
• 한미일과 유럽이 사활을 거는 아세안을 집중 조망합니다. 
• 줌 녹화링크와 피그마 리뷰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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