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의 연이은 화제는 보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사실 디올은 2010년대까진 전 세계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럭셔리 굿즈라는 유명세와 달리 한국의 일부 백화점에선 매장을 철수할 만큼 인기가 없었죠. 그러나 2020년대 들어 매출이 급신장했습니다.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76% 증가했고, 영업이익 또한 137%나 성장했습니다. 2021년에는 매출이 또다시 두 배 가량 늘어나는 등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 이어 한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럭셔리 굿즈 브랜드로 등극했습니다. LINK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디올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페미닌한 디자인이 소비자의 억눌리고 우울한 욕망을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델타 월딩이 패션 뉴스레터는 아닌 만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구요.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김주애입니다.

  샛별(여)장군으로도 불리는 김주애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이유와 왜 하필 많고 많은 이름 중 샛별(여)장군으로 불리는지 설명합니다.

  또하나. 지난 해 8월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언급했습니다. 올초 북측은 연일 포사격을 이어갔고, 어제에도 순항 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2024년에 의미하는 바를 분석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지난 주말에 2024 신년 하드코어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비밀요원님도 잘 아시겠지만 델타 월딩은 한 달에 한 번,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산들강으로 탐험을 떠나는 #블루아워 를 진행합니다. 4월이면 어느새 2주년을 맞이하는데요. 올해는 인구구조 변화와 지방소멸 등 축소사회를 대비해 전국 단위로 지방 거버넌스 탐방을 강화합니다.

  2024년의 첫 시작은 지리산과 섬진강 권역에 위치한 전남 곡성과 구례, 전북 남원이었습니다. 16쪽짜리 신년 하드코어 워크숍 기획서는 이곳에서 볼 수 있구요~

관광택시를 예약만 했을 뿐인데 선물을 받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으며 실용적이기까지 합니다.

  여행 필수품인 넉넉한 크기의 파우치와 다양한 종류의 티슈, 스티키 노트, 볼펜은 물론 텀블러가 아니라 유리컵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곡성의 특징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쇼핑백은 예쁘기까지 해 이후 방문지인 구례에서 저희는 예쁜 곡성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관광택시 덕분에 곡성 구석구석을 편하게 다닐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곡성 찐 로컬 기사님들의 해설이 곁들여지니 렌트카로 다니는 것보다 더 깊고 풍성하게 곡성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관광택시를 타기 위해서라도 전남 곡성에 꼭 가보세요. 사시사철 어느 때고 좋지만 3~5월이 가장 좋습니다.

반가운 친구도 함께 했습니다. 델타 월딩 비밀요원의 연령대와 직업군이 상당히 폭넓다는 걸 알 수 있기도 했는데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곡성으로 귀향한 최진종 비밀요원도 블루아워를 직접 신청해 함께 했습니다. 덕분에 곡성만이 아니라 전남 남서부 지역의 요즘 이슈도 속속들이 알 수 있었고, 이번 블루아워엔 뉴스1의 OO본부장과 뉴스타파 기자 그리고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는 현역 장교도 함께 했습니다. 서로 간의 직업적 고충도 공유하며 일종의 전우애를 다지기도 했죠.

  한편 진종 비밀요원은 헤어질 때 곡성 최고의 빵집 모짜르트 제과점에서 만든 토란빵 패키지를 우리 모두에게 하나씩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토란빵 패키지는 다음 날 지리산 노고단 일출산행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저녁에 건너간 구례에서도 흥미로운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차를 직접 제다(製茶)하고, 요즘 표현으로 ‘티 오마카세’도 병행하는 차 전문점 고차수 차숨에선 원래 예약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더 다양한 종류의 작설차를 3종의 디저트와 함께 마실 수 있었고 인센스 받침대를 선물로 받기까지 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네 종의 차를 마셨는데요. 겉보기엔 똑같은 찻잎이지만 언제, 얼마나, 어떻게 찻잎을 따고 발효하고 덖었는지에 따라 차맛이 완연히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군요. 취향의 심미안이 깊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날 방문한 또다른 차 전문점 소식다료 차실에선 뜻밖의 커리어 특강이 열렸습니다.

  대표님이 서울살이를 정리한지 3년 가량 됐는데요. 서울에서 잘 나가는 마케터로 살다 구례로 귀향하기까지의 과정이라든지 구례에 정착한 후 이전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한 경험 등을 들으며

  앞으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흐려집니다. 내가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 생계를 위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잖아요.

저희는 숙소를 구례 마산면에 위치한 세 곳의 스테이로 잡았습니다.

  인원수가 많은 데다 화엄사를 한 시간 안팎으로 걸어갈 수 있고, 지리산 노고단도 택시로 빠르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찾다 보니 한 마을에 3~5분 거리의 숙소에 나눠 묵게 된 건데요. 이또한 여행의 독특한 묘미였습니다.

  전통한옥을 개조한 죽록정사, 구례로 귀향한 노부부가 집의 한 공간을 개방하는 강류재 B&B, 구례로 귀향한지 6년 된 ‘청년’이 운영하는 스테이지리산아침 등 각기 다른 배경과 개성을 가진 숙소를 두루 경험할 수 있었구요.

  자연스레 십시일반이라 할까요? 어느 곳에선 우리를 읍내에서 숙소까지 픽업 서비스를, 어느 곳에선 조식을 제공해 주고, 또 어느 곳에선 다함께 모여 짧게나마 워크숍을 진행할 공간이 허락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냥 숙소가 아니라 이집, 저집을 다니며 아침 마실 나온 주민처럼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이웃들과 대화하는 여유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의 백미는 단연코 지리산 노고단 일출산행입니다.

  노고단은 성삼재휴게소까지 차량을 타고 이동 후 한 시간 반만 오르면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초보자도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코스입니다.

  문제는 성삼재휴게소까지입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길이 얼어 붙는 겨울엔 수시로 통행이 제한되는데요. 전날에 비가 내렸습니다. 즉슨, 산 위에는 눈이 내려 빙판길이 되어 버렸고 지리산국립공원에서는 차량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자가 수시로 날아오더군요.

워크숍을 준비하며 알게 된 건데 구례군청에서는 몇몇 택시기사에 한해 특수교육을 진행하고 차량엔 특수장비를 부착해 겨울에도 성삼재휴게소까지 이동할 수 있게끔 한답니다. 모든 택시가 되는 게 아니라 군청에서 마련한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택시에 한해서입니다.

  이또한 미리 예약을 해둔 덕택에 우리와 함께 한 정진우 기사님은 전날에 성삼재휴게소로 사전답사도 다녀오시며 플랜A, 플랜B 등으로 안내를 해주십니다. 심지어 노고단에 오르지 않는 비밀요원들에게도 종이향수를 선물로 나눠주기까지 했죠.

  다행히 어두컴컴한 새벽인데도 차량은 성삼재휴게소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전날 눈이 내렸음에도 칼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꽁꽁 싸매고 간 옷을 두 개나 벗어야 할 만큼 날이 좋았고, 더 매력적이었던 건 차량이 통제되면서 노고단에 우리 말고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즉, 상고대가 활짝 핀 노고단 일대를 우리가 단독으로 전세낸 듯 거닐다 온 거죠. 이런 행운, 언제 다시 누릴 수 있을까요?

이렇듯 곡성과 구례에서의 1박 2일은 전혀 상상조차 못한 마법같은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즐겁고 신나는 일만 있으면 그건 여행이라 할 수 없죠. 위기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가벼운 접촉 사고라 할까요?

  첫날 저녁에 구례 읍내에서 숙소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모 스테이에서 우리 중 선발대를 픽업해 먼저 들어갔는데요. 시골길이 그토록 어두컴컴할 줄 저희도 몰랐습니다. 시골길을 돌고 돌다 교각에 차량 밑바닥이 긁혀버린 겁니다.

  저는 후발대여서 아직 읍내에 있었는데요. 선발대로부터 전화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덜컥 겁이 났습니다.

  사고가 난 계기가, 픽업 서비스를 해준 스테이가 아니라 인근의 다른 스테이에 머무는 비밀요원을 데려다 주던 중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픽업도 함께 요청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기도 한 거죠.

  전화로 통해 들었기에 사고 규모를 짐작할 순 없지만 선의와 호의를 베푸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응당 그 책임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다만 그 책임을 어디까지 나눠져야 하는지가 사람을 복잡하고 심란하게 만듭니다. 마이너스 살림의 연속이기에 마음이 비좁아지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직 읍내에서의 일정도 남았고, 얼마를 드려야 적당할지 판단을 선뜻 내리기 어려워 먼저 연락드리는 것도 주저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인간된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들어오는 때에 픽업 서비스를 해준 스테이 측에서 먼저 문자가 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길이 너무 어두워 숙소 위치를 놓쳤다. 한바퀴 돌다 사고가 났다. 제대로 못 바래다 드리고 두 분을 큰길에서 들어가시게 했다. 차 사고 후 정신이 혼미해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걸어 들어가며 황당하셨을 두 분에게 사과드린다. 숙소에 잘 들어가셨길 바라고 내일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길 되시길 바란다.”

  도색 비용의 일부를 나눠지지만 얼마가 좋을지 몰라 고민하던 때에 책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오히려 사과한다는 문자가 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신선을 만난 느낌입니다. 도대체 곡성과 구례에 뭐가 있길래 모두들 먼저 베풀고 여유롭고 너그러운 걸까요? 금액으로 고민하던 제가 부끄러워질 지경입니다.

  숙소로 들어와 짐을 푸르고 여독을 정돈한 후 일견 차분해진 마음으로 답장을 보냅니다.

“숙소 바로 앞까지 챙겨주신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게 밤길이 어두컴컴할 거라곤 미처 짐작지도 못해 마음 무겁게 해드려 죄송하다. 일부러 베풀어주신 호의가 차량이 긁히는 일로 번져 이또한 죄송하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풀리실 수 있게 보내드렸다. 마음 써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곧 답장이 옵니다.

  제 잘못이고 제 책임인데 보내주신 돈을 받기에 죄송한 마음이다. 좋은 마음으로 해드리려고 했던 걸 알아주셔서 감사하다. 선물로 준 맛있는 커피도 잘 마시겠다. 편한 밤 되시길 바란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다음 날 아침입니다.

  실은 저는 노고단에 오르지 않고 화엄사를 향했습니다. 화엄사 새벽 산책을 신청한 또다른 비밀요원들과 함께 한 시간 여를 걸어 갔는데요.

  사찰이라곤 경주 불국사와 황룡사지, 영주 부석사밖에 모르는 제게 화엄사는 천당처럼 신묘하게 다가왔습니다.

  는 좀 오버구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화엄사 구석구석을 오다니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동트기 직전인 새벽인 지라 사람도 없습니다. 그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온 몸과 마음이 정화됩니다.

  흔들리는 건 바람이 아니라 네 마음, 지옥은 남이 아닌 내가 만든다는 말들이 뻔하고 흔하지만 종종 진실이기도 합니다. 좋지 않은 건 말하지도, 보지도, 듣지 않는 삶의 지혜가 필요할 때도 있죠.

사실 저는 여전히 어제 일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금액이 적당했던가? 내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지만 차량 도색 비용이 솔찬하게 들 텐데… 내가 드린 금액이 너무 적었던 게 아닐까?

  때마침 노고단을 다녀온 오나영 TFZ 글쓰기 원정대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지리산을 오르며 우리가 왜 이렇게 가는 곳마다 뜨거운 환대를 받았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만난 모두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을 갖고 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곡성과 구례에서 느낀 가장 큰 감동은 멋진 풍광도 빼놓을 수 없지만 이를 가꾸고 지켜나가는 '사람'에 있다!

 

  서울과 특히 온라인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앓는 소리와 불행배틀은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는 일의 크고 작음을 떠나 자신이 하는 일에 당당하고 애정을 갖고 임합니다. 이런 울림이 우리에게도 전해져 1박 2일 내내 겨울인 데도 봄날의 따스함과 활기찬 에너지로 큰 사건사고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뜻밖의 일들은 용산행 KTX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폰을 충전하기 위해 콘센트를 찾고 있으니 옆자리 분이 보조 배터리를 빌려주겠다고 먼저 말을 건다든지, 또다른 소소한 일화들 덕분에 앞뒤옆 낯모를 사람들 간에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이번이 21번 째 블루아워인데요. 이처럼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산다는 평범한 가치를 일깨워준 시간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마무리까지 완벽합니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산들강으로 탐험을 떠납니다!

  2월 블루아워는 강원도 양양 하조대로 갑니다. 이튿날 아침엔 해변에서 일출요가도 할 텐데요.

  양양 서피비치는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해변으로서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서피비치가 이토록 사랑받게 된 배경엔

• 인구 27,000명에 불과한 양양군을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에, 델타 월딩은 지방 거버넌스의 다양한 현존을 탐방하는 일환으로 양양의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즐걸거리를 체험하는 블루아워를 기획했습니다.

  특히 이번 블루아워는 ‘세 시간 멍때리기 대회’를 진행합니다.

• 세 시간 동안 모든 디지털 기기를 수거하고,
• 책을 읽거나 멍때리기를 합니다. 

비밀요원님,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선(북한)에 관한 최신 이야기를 합니다. 

• ②셀럽들은 디올을 좋아해? 김주애와 샛별장군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그럼 우리는 다음 비밀작전에서 만나요. 감사합니다.

• ①대만의 숨겨진 2030 민심들! LINK

• 4주에 한 번 토요일, 저녁 6~9시
• 2/3, 3/9, 4/6, 5/4

 

    신청은 이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