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로부터 단 5일만에 탈레반은 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둘러쌌어요. 그리고 모든 게 준비된 이들처럼 순조롭게 아프간의 행정기관을 손에 쥐었어요.

  일부 언론에선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난 것을 두고 '도망갔다'라고 표현하지만 그로서는 탈레반과 맞서 싸우며 민간인의 희생을 늘리는 것보다 그에게 허락된 범위 내에서 최선의 '평화적 종식’을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우선, 20여 년 간 아프간 전쟁을 치르다 결국 철수를 결정한 미국에 시선이 주목되는데요.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훼손했다면 바이든은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쏟아져요.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철군’이라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어요. 

  바이든은 대통령 후보 시절, “군대를 동원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내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 능력 밖”이라며 미국에게 중요한 건 자국과 동맹국의 사익이 걸려 있는 문제들이라고 밝힌 바 있어요. 

  지난 7월 28일, 왕이 외교부장은 탈레반 지도부와 회담을 가지며 미국이 "서둘러 철수한다"며 비판한 바 있어요. 탈레반과 적극 협력할 뜻도 밝혔는데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차이니즈 갬블링’ 특집에서 자세히 다뤘듯이 신장 위구르는 육상 실크로드의 주요 관문이에요. 이 길을 따라 바로 아프간으로 연결되는데요. 신장 위구르의 독립 운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아프간의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를 경계할 수밖에 없어요. 

  예산은 2조 달러(2경 4천 조원)가 넘었어요.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을 수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9일. 그것도 아프간 정부군으로부터 훔친 미군 무기로 말이죠.

   비밀요원님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군사적 해결의 불명예스러운 말로인가요? 베트남전과 다를 바 없이 반복되는 역사의 소용돌이? 쇠락해 가는 미국의 기운? 미국이 사라진 공간에 홀로 남은 중국이 겪을 고군분투? 

  델타 월딩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각기 다른 두 가지 사건을 무리하게 결부시키지 말자. 

  미국이 아프간에 개입한 건 탈레반 정권 때문이었어요. 모두가 아는 911 테러 세력을 탈레반 정권이 숨겨 주었고 이를 격퇴하기 위해서였죠. 

  문제는 미국이 탈레반과의 전쟁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아프간에 민주주의 체제를 강제로 이식하려 했다는 거에요. 민주주의 정부는 전쟁을 회피하려 든다는 민주평화론에 입각해서였죠. 

  그러나 결과는... 

  탈레반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이 아프간의 정치체제까지 전환할 명분을 제공해 주진 않는다는 걸 새삼 느껴요. 

  다른 하나는 난민이었어요. 2020년 기준, 아프가니스탄 난민 규모는 260만 명으로 시리아, 베네수엘라에 이어 전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해요. 

  그런데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탈환하는 과정에서 난민 규모가 더욱 커졌어요. 36~40만 명 가량이 인접국으로 탈출했는데요. 

  이미 터키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독일 등은 난민 해법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어요. 미국도 자국 및 제3국에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기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아프간인과 가족이 최소 200여 명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