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폰을 기억하시나요? 

'모바일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한국에선 '99년을 전후해 대중화가 이뤄졌는데요. 이때 사람들은 컴퓨터를 비롯해 다양한 전자기기 기능이 폰에 어느만큼 흡수될 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어요. 당시엔 (믿기지 않겠지만!) 전화기, MP3, GPS, 디지털 카메라, 동영상 촬영 및 시청, 전자사전, 계산기, 녹음기, PDA, 전자책, 게임기, 노트북 등을 별도로 사용했어요. 그래서 모바일폰이 이 모든 걸 통합하고 전자기기 시장을 제패할 수 있을질 흥미롭게 지켜봤는데요. 승부는 싱겁게 끝이 났어요. 2007년에 아이폰 1세대가 출시되면서 내 손 안의 큰 세상, 스마트폰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기 때문이에요. 

이 모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선 '전기차'가 가장 먼저 만들어져야 해요. 하드웨어 없이는 소프트웨어가 작동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전기차는 전통적 자동차와 동력장치가 달라요.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의 엔진이자 심장이라 불리는데요. 문제는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40%라고 해요. 즉, 전기차가 보다 저렴하게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에요. 테슬라가 원형 배터리를,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자체 개발생산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에요. 

LG엔솔과 SK이노가 미국 ITC에서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여러 차례 접했을 건데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에요. 

이중 쟁점은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에요. 올해 2월 10일, 미국 ITC는 LG엔솔에 손을 들어주며 SK이노가 10년 간 미국에 배터리를 수입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어요. 다만 이미 계약을 맺은 포드(4년)와 폭스바겐(2년)에는 유예기간을 둬서 배터리와 부품 수입을 허용키로 했지만, 이후에는 10년 간 미국 자동차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수가 없어요. 즉, 자율주행-전기차가 각광받는 시대에 SK이노는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를 잃게 돼요. 참고로 SK이노가 2020년도에 배터리로 벌어들인 수익이 1조6102억 원이었다고 해요. 

ITC 판결은 60일 동안 양사가 합의하거나 바이든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무효가 돼요. 하지만 둘 다 전망이 좋지 않다고 해요. 

비밀요원님은 SK이노와 LG엔솔이 한국이 아니라 왜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지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나요?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 대로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 때문이에요. 

  배터리 제품 특성도 하나의 요인이에요. 반도체는 3세대나 10나노급 칩을 한 번 만들면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사용이 가능해요. 그래서 공장과 수요자의 위치가 멀어도 상관 없어요. 하지만 배터리는 차량에 맞춰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완성차 공장 근처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게 투자 대비 효용이 높아요. 즉, SK이노가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LG엔솔이 SK이노를 대체해 공장을 두 개나 짓겠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에요. 그럼에도 완성차 업체와 계약을 맺지 못하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겠죠. 

전기차 배터리로 Deep Dive 를 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 보는데 대부분의 기사는 '바이든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전기차가 미래 먹거리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배터리로 불붙는 경쟁에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한 현상이에요. 하지만 모빌리티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미래는 단지 먹거리에만 있지 않아요. 

  델타 월딩이 정의한 모빌리티의 미래, "운전자 개념은 사라지고 탑승자만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유형-자율주행 전기차 시대" 에 따르면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생활권을 확대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줄 거에요. 전기차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대안이 될 거에요. ESG 경영이 별 건가요? 이런 가치를 앞당길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거죠.  

  한편 자율주행 전기차는 폐건전지 처리나,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가져올 거에요.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을 할 시 발생하는 윤리적 논쟁도 있을 거에요. 그래서 우리들은 지금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을 끊임없이 주고 받아야 해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거에요. 배터리가 가져올 모빌리티 미래의 힘을 믿는다면 더더욱이요. 

  그래서 배터리 소송을 벌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배터리는 필연적으로 완성차 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당장은 배터리 시장의 독과점을 향해 달려가겠지만 후발주자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어요. 제살 깍아먹기 경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제3의 대안으로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해요. 더불어 델타 월딩 역시 세상에 말걸기와 대화의 장 열기를 멈추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