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AUKUS 발표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건 한국이었어요. 10월에 집권 자민당 총재 및 총리 선거를 치르는 일본 역시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어요. 

  한편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핵무기’는 아니지만 디젤 잠수함과 비교 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는 만큼 북측과의 비핵화 프로세스 및 재래식 무기 군축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만약 한국과 일본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거나 그에 상응하는 무기체계를 증강시킬 수록 ①역설적으로 조선(북한)으로 하여금 안보 위기를 심화시키고 핵개발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모순에 봉착하게 돼요. 

  어쩌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원점에서 재설계케 될 수도 있어요. 조선(북한)은 비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머물고, 한국과 일본은 재래식 무기체계를 증강하며 신군비경쟁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지는 거죠. 

이번 AUKUS 발표는 한국으로 하여금 외교안보 대전략을 수정토록 요구할 수도 있어요.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는 미국식 자유주의 국제질서로 움직여 왔어요. 규범, 제도, 국제법, 국제기구 등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공유되는 가치와 행동양식을 규정하고, 이 안에서 국가들 간에 상충하는 이익을 조율하며 전체의 부를 끌어올린다는 개념이에요. 

  하지만 AUKUS 발표는 이런 시대가 저물고, 지정학의 논리가 귀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에요. 바로 어제 보내드린 비밀작전에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처럼 종교나 민족, 이념, 가치 등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각 국가의 사활적 이익에 따라 진영이 구별되는 거죠. 

  문제는 미국식 자유주의 국제질서 안에선 안전할 수 있었던 한국이 지정학적 논리에선 위상이 바뀔 수밖에 없어요. 

  정의길 한겨레 국제부 기자가 쓴 <지정학의 포로들>에 따르면 19세기 이래 두 차례의 지정학적 그레이트 게임이 있었다고 해요. 

  이런 지정학적 갈등에는 교두보 내지는 완충지가 있기 마련인데요. 대표적으로 네 곳. 폴란드, 아프가니스탄, 중국의 이리 그리고 한국이라고 해요.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죠. 

  한편, ③교두보・완충지 국가들의 운명은 스스로의 선호가 아니라 강대국 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데요. 이렇게도 말해요.